제이비어 브런슨 주한 미군 사령관이 “한반도는 미국 동맹 전략의 ‘핵심 기둥’”이라며 “한국은 미국 전략의 번외편이 아닌 본편 첫 장(first chapter)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미국이 최근 국가안보전략(NSS)에서 ‘북한 비핵화’를, 한미 핵협의그룹(NCG) 공동성명에서는 ‘북한’ 언급을 삭제한 가운데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반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8월 경기 평택 캠프험프리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브런슨 주한 미군 사령관(유엔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 겸직)은 12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국방대학교(NDU)에서 열린 군 관계자 대상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주한 미군은 “브런슨 사령관이 미군 장교, 정부 및 관계 기관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변화하는 안보환경에 대해 강연했다”고 했다.

이날 강연에서 브런슨 사령관은 한반도가 왜 미국과 동맹국 전략의 핵심 기둥(central pillar)으로 간주되어야 하는지 설명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한반도를 “아시아 대륙과 태평양 사이의 경첩(hinge)”이라며 “제 1도련선 내부에 이미 배치된 미군과 동맹군이 갖는 이점이 상당하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특히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역내 위기 관리를 위해서는 한반도에 전진 배치된 주한미군의 존재와 ‘동맹 현대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브런슨 사령관은 “한국은 미국 전략의 번외편(side chapter)이 아니다”라며 “만약 한반도를 첫 장(first chapter)에 놓는다면, 이 지역의 기하학적 구조와 우리 동맹의 가치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에 전진배치된 주한미군은 역내 적성국들에게 중첩된 딜레마를 안겨줄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고 한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브런슨 사령관이 그간 미국 외교 당국자들이 한국을 지칭할 때 사용해왔던 핵심축(Linchpin) 대신 ‘핵심 기둥’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통상 한미동맹은 핵심축, 미일동맹은 주춧돌(cornerstone)이라고 해 왔다. 핵심 기둥이라는 표현은 주한미군과 한미동맹 역할을 기존보다 확대된 인도·태평양 지역 전략의 중심으로 재정의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브런슨 사령관은 취임 이후 거듭 주한미군과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달에는 ‘동쪽이 위를 향하도록 뒤집힌 지도(East-Up Map)’를 공개하며 “한국의 지리적 위치에는 북쪽으로 북한, 서쪽으로 중국, 동북쪽으로 러시아란 여러 경쟁의 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독특한 이점이 있다”며 “어느 방향에서 오는 적이든 부담을 줄 수 있는(impose cost) 태세를 유지하는 것이 한반도의 제1 방어선을 견고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주한 미군이 북한만이 아니라 중국·러시아까지 염두에 두고 작전을 하도록 ‘전략적 유연성’을 확대하는 것이 결국 역내 안정과 한반도 방어에 모두 도움이 된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