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대북 정책을 놓고 소통하는 주체가 어디인지를 놓고 외교·통일 당국에서 결이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0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통일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한반도 정책, 남북 관계는 주권의 영역으로 동맹국과 협의의 주체는 통일부”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날 외교부가 미국과 추진 중인 ‘정례적 대북 정책 공조 회의’에서 통일부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받고 “통일부가 미국 당국과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는 필요 시 그때그때 공조해 나간다”고 했다.
하지만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 대북 정책 협의 주체는 통일부’라고 한 정 장관 발언에 대한 외교부 입장을 묻는 말에 “한미는 그간 대북 정책 조율을 위해서 긴밀하게 소통해 왔다. 양국 외교 당국 간에 이러한 소통을 보다 체계적이고, 정례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양국 간 공감대가 있다”고 답했다. 협의 주체가 사실상 외교부라고 밝힌 것이다.
박 대변인은 “유관 부처 장관 발언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전제하에 말씀을 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변인은 “이런 정례회의는 과거의 어떤 특정 협의체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며 “한미 간에는 대북 정책, 한반도 문제, 그리고 한미 동맹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 긴밀하게 조율하고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9일 “한미 간 대북 정책을 전반적으로 논의할 정례적인 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했다. 최근 한미 연합 훈련 등을 놓고 일부 고위급 인사들의 시각차가 노출되자 대북 정책 관련 한미 간 협의를 상시화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정동영 장관은 이날도 한미 연합 훈련 조정 문제에 대해 “연합 훈련은 한반도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 없다”며 “이 문제를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고 해야 미국도 북한과 협상의 문을 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언급이 제일 기준”이라고 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북한과 대화를 위해 한미 연합 훈련을 ‘카드’로 직접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지만, 정 장관이 거듭 이견을 드러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