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 일정을 조정하기로 했다. 방사청은 연내 방추위를 열겠다는 입장이지만 자칫하면 지난 2년 동안 공회전 해온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방식 결정이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사청은 오는 18일 방추위를 통해 ①수의 계약 ②경쟁 입찰 ③공동 설계 중 사업 추진 방식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결정이 또 미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의 조감도(왼쪽)과 한화오션의 KDDX 함정 모형. /양사 제공

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방부와 방사청 등은 18일로 예정됐던 방추위 일정 조정에 들어갔다. 18일 국방부와 방사청 모두 부처 연두보고 일정이 잡히면서 일정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방추위에는 국방부장관이 위원장, 방사청장이 부위원장으로 들어가는데 두 사람은 대통령 부처 연두보고에도 참석해야 한다. 방사청 관계자는 “방추위는 연내 개최할 것”이라며 “18일 오전으로 앞당기거나 22일 개최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방산업계 등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으로 군 당국과 방사청이 1안으로 생각했던 ‘수의 계약’ 안이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에서 대안 마련을 위해 방추위가 미뤄질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충남 타운홀 미팅에서 “군사 기밀을 빼돌려서 처벌받은 곳에 ‘수의 계약을 주느니 마느니 하는’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던데, 그런 것 잘 체크하라”고 발언했다. 이후 사업 추진 방식에 대한 구도가 크게 흔들린 것으로 전해졌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수의 계약은 안 된다’는 시그널을 준 것”이라며 “방사청 입장에서는 경쟁 입찰·공동 설계시 시간 소요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고민이 큰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군 당국과 방사청은 2년 간 지연돼온 KDDX의 조속한 전력화를 위해서는 기본설계를 맡은 HD현대중공업이 상세설계를 맡는 게 적합하다고 판단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함정 상세설계 및 선도함(1번함) 건조는 기본 설계 업체가 수의계약으로 맡아왔다.

함정 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KDDX 사업은 개념 설계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기본 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맡았다. 일반적으로는 HD현대중공업이 상세 설계 및 선도함 건조 수의계약을 맺으면 된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KDDX 관련 기밀을 유출했고, 회사 차원의 보안 감점을 받게 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법과 원칙은 유지하되 1~2번함 동시 발주로 복수 업체가 낙찰 받도록 함으로써 과도한 경쟁은 지양해야 한다”며 “동시 발주에 따른 법적 근거 마련과 계약 행정기간을 줄여 전력화 일정 지연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DDX 사업은 우리 해군의 현행 정조급(8100t) 보다 작은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약 7조 8000억원 규모 사업이다. 미 해군의 이지스 체계를 국산 레이더 및 국산 전투체계로 대체하는 신형함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