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3일 윤석열 정부 당시 국군심리전단이 남북 긴장 고조를 위해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북한에) 사과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면서도 자칫 잘못하면 소위 ‘종북 몰이’, 정치적 이념 대결의 소재가 되지 않을까 그런 걱정이 돼서 차마 말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비상계엄 1년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한 외신 기자회견에서 ‘전임 정부의 대북 전단 작전과 관련해 국가 차원의 사과를 할 생각이 있나’라는 질문을 받고 “물어보니까 속을 들켰나 싶은 생각도 든다”며 이같이 답했다. 사실상 북측에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북한에 억류된 한국 국민들의 석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겠는가’라는 외신 기자의 질문을 받고 이 대통령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현장에 있던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에게 “한국 국민이 잡혀 있다는 게 맞아요? 언제? 어떤 경위로?”라고 묻기도 했다.
유엔 인권이사회와 북한 인권 단체 등은 북한이 2013~2017년 북중 접경 지대에서 활동하던 한국 국적자 6~7명을 불법 구금해 억류 중이라고 보고 있다. 김정욱·김국기·최춘길 선교사는 2013~2014년부터 10년 이상 억류돼 있지만, 북한은 이들의 생사조차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외신 기자가 ‘(상황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지만, 어떤 노력을 할지’를 재차 묻자, 이 대통령은 “아주 오래전에 벌어진 일이어서 개별적 정보가 부족하다. 상황을 좀 더 알아보고 판단하겠다”고 했다. 인권 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이 대통령이 이제라도 납북자, 억류자, 국군포로 가족과 면담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미북, 남북 관계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현재 대한민국과 북한의 상태는 바늘구멍조차도 없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일방적 유화적 조치 정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미 연합 훈련 조정에 대해 “미국이 전략적 레버리지가 필요하다면 그런 문제들도 충분히 논의하고 고민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원전 연료인 농축 우라늄의 한국 생산을 허용하며 ‘동업’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은 농축 우라늄은 어디서 수입하느냐’ 해서 러시아에서 한 30% 수입한다고 했더니 ‘자체 생산하면 많이 남겠네’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그러면 동업하자’ 해서 5대5로 하기로 하고 동업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에게 맡겼다. 이야기가 잘됐다”고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미 정부 일각에서 한국에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부여하는 데 대해 ‘신중론’이 있다며 “그 이유는 아마도 핵무장 우려 때문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또 “그래서 우리가 핵무장할 생각 없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에 대해 이 대통령은 “군사 용도이지만, 핵무기는 아니기 때문에 비확산 논란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미국 내 건조’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생산비, 생산 기간, 경제·안보적 측면에서 “국내에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중·일 갈등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한국 속담에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는 말이 있다”며 중재·조정할 부분이 있다면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중 관계에 대해서는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중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했으면 좋겠다”며 “(경주에서) 시진핑 주석과 헤어지며 ‘가급적 올해 중 방중했으면 좋겠다’고 말씀 드렸는데 준비 상황이 그렇게 빠르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