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김 주한 미국 대사대리는 28일 대북 문제와 관련해 “모든 옵션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선택지도 예외로 둬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 대사대리는 이날 한미동맹재단 주최 포럼에 초청 연사로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 시도된 적 없는 방식들을 취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내년 4월로 예정된 중국 방문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내년 4월이 미·북 관계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피스메이커”

김 대사대리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2019년 스티븐 비건 당시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보좌관을 지내며 미·북 정상회담 논의와 북한 비핵화 협상에 관여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첫 집권 당시 이미 김정은과의 회담에 나섰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택할 수 있는 어떤 선택지에 대해서도 ‘절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또 “염두에 둬야 할 점은 대통령 자신이 ‘피스메이커’라는 사실”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열린 경주를 방문한 뒤 귀국하며 “김정은을 만나기 위해 다시 오겠다”고 했다. ‘김정은을 만나면 제시할 수 있는 카드’를 묻는 질문엔 “우리에게는 제재가 있다”고 했었다. 내년 봄 김정은과의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해 대북 제재 완화나 한미 훈련 축소 등의 ‘당근’을 제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미국의 무모한 군사적 준동이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며 최근 한미가 실시한 연합훈련을 비난하는 논평을 냈다. 트럼프 미 행정부, 이재명 정부를 향해 한미 훈련 축소를 요구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자신들도 “필수적 권리 행사”를 하겠다며 “일체의 모든 위협들은 우리의 정조준권 안에 놓이게 된다”고도 했다.

◇李 대통령 방중 서두를 듯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을 서두르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1일 경주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때 이 대통령을 중국으로 초청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중 정상회담 준비에는 속도가 붙고 있다”며 “다만 12월에 방중하기에는 일정상 빠듯해 빨라야 내년 1월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이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북한 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야 한반도 정세 전환의 분수령이 될 미·중, 미·북 회담에 한국의 입장이 반영되고 이 대통령이 구상한 ‘페이스메이커’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미·중 정상회담까지 5개월 동안이 관건적 시기”라며 “우리가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중·일 갈등 국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감지된다. 그러나 시 주석이 한국을 ‘조정자’로 보기보다는, 미국의 동맹 중 한 축인 한국이라도 중국 편으로 유인하려 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 김 대사대리는 “(한미가) 공동의 도전 과제를 한반도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며 인·태 지역의 억지력 강화를 강조했다. 한미 동맹이 중국 견제 역할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중국의 2027년 대만 점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는 “가능성에 대해선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도 “어떠한 일이 일어나든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해협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인·태 지역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