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김대중 대통령 기념사업 기관들이 처음으로 손을 잡았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박정희학술원과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은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박정희가 열고, 김대중이 넓힌 한일 관계’를 주제로 공동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해에 양국 관계 개선의 두 축인 ‘1965년 한일기본조약’과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의미를 되새기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하자는 취지였다.
보수·진보 진영의 관심을 모은 이 행사는 홍용표 박정희학술원장(전 통일부 장관)이 박명림 김대중도서관장에게 제안하고,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을 조례화한 서울 마포구의 후원으로 진행됐다.
최대석 박정희학술원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박정희의 선택과 김대중의 계승이 갖는 시대사적 의미와 미래 지향적 가치는 국민 통합적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며 “두 분은 한일 관계 정상화라는 시대적 과제와 대결해서 한 분은 길을 열고, 한 분은 길을 넓혔다”고 했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의 이석연 위원장은 축사에서 “산업화·민주화·정보화를 상징하는 두 대통령의 유지를 잇는 기관이 함께 회의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했다.
박정희·김대중 관련 기관의 이례적인 학술 회의엔 일본 측도 관심을 보였다. 주한 일본 대사관의 마쓰오 히로타카 총괄공사가 참석, 두 대통령을 한국의 위대한 정치가라고 평하며 “현재 어려운 국제 정세 속에서 양국 협력의 틀을 넓히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했다.
이날 하루 종일 진행된 회의에서 외교관 출신의 유의상 광운대 겸임 교수는 “박정희가 한국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교섭 환경과 여건, 일본의 잘못된 역사 인식, 일본에 편향된 미국의 압력 등을 이겨내고 이뤄낸 국교 정상화의 의미는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김기정 연세대 명예교수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98년 체제’라고 칭할 정도의 작용 메커니즘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왜 실천력을 잃게 되었는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윤덕민 전 주일대사와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국제 정세가 극도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한일 관계가 비약하기 위해서는 ‘DJ·오부치 선언 2.0’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양기호 전 주고베 총영사는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리 취임 후 한 달 만에 중·일 관계가 나빠지면서 일본에서 ‘중국 때리기’가 본격화하는데, 이게 언제 한국 때리기로 옮겨올지 걱정”이라며 “양국 간 또 다른 선언이 쉽게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상일 국민대 명예교수는 “1965년의 국교 정상화가 산업화와 국가 안보의 토대를 놓았다면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화해와 협력의 길을 열었다”며 “앞으로는 두 나라 경제계의 자율적, 협력적 구축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공존과 번영의 동반자가 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진창수 전 주오사카 총영사는 “박정희와 김대중의 뜻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양국 간 교류가 중요하다”며 양국 간 학생들의 수학여행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주최 측은 이날 회의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공동 행사를 지속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박명림 김대중도서관장은 “오늘을 시작으로 두 기관이 대한민국 발전과 국민 통합을 위해 나라의 여러 의제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함께 연구하고 함께 담론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준비하겠다”고 했다. 홍용표 원장은 “이번 학술회의를 계기로 다양한 관점을 나누며, 국민 통합에 기여하는 길에 동행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