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13일 역대급 중장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사진은 지난 10월 1일 계룡대에서 열린 건군 77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이야기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안규백 국방부 장관./뉴시스

정부가 13일 20명에 대한 중장급 진급 인사를 발표했다. 우리 군(軍)의 중장 정원 31명 중 20명이 교체된 것이다. 최근 10년 이내 최대 규모의 중장급 인사로, 육군 6개 군단의 군단장이 모두 바뀌는 ‘역대급 물갈이’란 평가가 나온다.

국방부는 이날 육군 소장 14명, 해군 소장 3명, 공군 소장 3명을 중장으로 진급시키고 보직하는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로 합동참모본부 요직인 작전본부장, 전방 대비 태세 및 수도 방위를 책임지는 육군 1·2·3·5·7군단장·수도군단장, 공군·해군 전력의 핵심인 공군작전사령관·해군작전사령관 등이 모두 교체됐다. 육군 참모차장 및 해군 참모차장 등도 새로 보직됐다.

지난해 12월 4일 국회 계엄 해제 의결 이후 계룡대에 있는 육군본부에서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가는 버스에 탑승해 계엄에 연루된 것 아니냐고 지목된 소장급 5명을 포함해 육군본부에 근무하는 소장 중에서는 진급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가 최근 강조하는 ‘내란 문책’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국방부가 13일 중장 진급 및 보직 인사를 발표했다. 왼쪽부터 박성제 특수전사령관, 어창준 수도방위사령관, 최장식 육군참모차장, 곽광섭 해군참모차장./국방부 제공

이날 육군 중장 진급자 14명 중 비육사 출신은 5명으로 약 35.7% 수준이다. 통상 비육사 출신 중장 진급자는 10% 안팎이었음을 고려하면 크게 늘어난 것으로 국방부는 “비육사 출신 진급 인원은 최근 10년 내에 가장 많은 수가 선발돼 인사의 다양성을 강화했다”고 했다.

계엄 당시 병력을 동원했던 특수전사령부의 사령관으로는 학사장교 17기로 임관한 박성제 중장이 보직됐다. 비육사 출신으로는 세 번째 특수전사령관이다. 북한 공격을 최선봉에서 막아내야 하는 1군단장에는 한기성 중장이 보직됐다. 학군장교 출신 1군단장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장 진급 대상자들에 ‘계엄이 내란인가’ 물어봤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안규백 국방 장관을 향해 비상계엄 연루자들이 군 인사 진급 대상에 포함됐다며 “(가담이) 확인이 되면 당연히 (승진에서) 배제할 수 있고, 승진 후라도 취소하면 된다”고 했다. “잘 골라내시라”고도 했다.

이런 기조하에 13일 발표된 중장급 진급 인사에 대해 군 안팎에서는 “12·3 비상계엄에 연루되지 않은 장성들을 중심으로 역대급 물갈이 인사를 했다”며 “요직에서 밀려나 진급이 쉽지 않다는 말이 나왔던 장성들 중에 진급한 사례도 많다”는 반응이 나왔다. 비육사 출신들이 약진한 것도 지난해 계엄 연루자들이 대체로 육사 출신이었던 점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8월 취임 뒤 “신상필벌 원칙에 따라 잘못된 것은 도려내겠다”며 계엄과 관련이 있는 부대의 대령급 이상 장교 전원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 감사관실이 합참·육군본부·지상작전사령부에 근무했던 대령 이상 장교 수백 명을 조사했다고 한다.

앞서 이뤄졌던 대장급 장성 인사와 마찬가지로 이번 인사에서도 계엄에 대한 입장을 묻는 절차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계엄은 내란이었냐’는 식으로 입장을 물었던 것으로 안다”며 “인사 대상자 중에서는 ‘이런 식이면 진급 안 하겠다’고 말한 장성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국방부 청사./조선일보 DB

이날 인사에 따라 육군에선 한기성·정유수·이상렬·이일용·최성진·이임수 소장이 중장으로 진급하면서 군단장에 보직됐다. 박성제·어창준 소장은 중장 진급과 함께 각각 특수전사령관과 수도방위사령관에 보직됐고, 권혁동·강관범 소장은 중장으로 진급하면서 각각 미사일전략사령관과 교육사령관 보직을 받았다. 합참 작전본부장에는 육사 50기인 강현우 중장이 진급과 함께 기용됐다. 기존 육군 중장 중에서는 박재열 7군단장이 전략사령관으로, 박후성 2군단장이 육군사관학교장으로 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소장으로 진급했던 장성들이 현 정부에서 ‘구제’받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장식 육군 참모차장, 수도 방위를 책임지는 어창준 수방사 사령관, 유사시 북한으로 진격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최성진 7군단장, 박성제 특전사령관 박후성 육군사관학교장 등이다. 군 소식통은 “윤석열 정부에서 진급한 장성보다 이들을 신뢰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은 중장 정원 외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육군 중장 자리 15개는 이번에 모두 교체됐다. 총장과 동기인 3사람은 당연 전역했고, 계엄 연루 및 사건 사고로 인한 공석 3석과 4성 장군 진급 인사 등으로 인한 공석 5석이 채워졌다. 현직 군단장 3명 중 2명은 다른 보직을 받았다. 육사 교장은 2성이었는데 이번에 3성이 갔다.

중장이 사령관을 맡아왔던 방첩사령부는 방첩사 조직 개편이 논의 중이라 이번 인사 대상에서 빠졌다. 방첩사는 현재 학사장교 출신 편무삼 준장이 사령관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방첩사를 소장급 부대로 격하하고 편 준장을 소장으로 진급시켜 방첩사령관을 맡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국방부는 또한 중장 진급과 함께 박춘식 군수사령관, 김종묵 지작사 참모장을 보임했다. 해군에선 곽광섭(해군참모차장·이하 새 보직), 박규백(해군사관학교장), 강동구(합참 전략기획본부장), 공군에선 권영민(교육사령관), 김준호(국방정보본부장), 구상모(합참 군사지원본부장) 소장이 중장으로 진급했다.

앞서 지난 9월 1일 이뤄진 이재명 정부 첫 군 수뇌부 인사에서는 합참의장과 육·해·공군 참모총장,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육군 지상작전사령관과 제2작전사령관 등 7명의 4성 장군이 모두 교체됐다. 당시 3성 장군 7명을 4성 장군으로 진급시키면서 군 수뇌부를 대폭 물갈이했고, 이에 따라 이번 3성 장군 인사의 폭도 커졌다. 국방부는 연내에 소장 및 준장에 대한 추가 인사도 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