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서부지구 포병부대 초대형 방사포 사격 훈련 모습. 조선중앙통신은 작년 3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 훈련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한중 정상회담과 한미 국방 장관의 공동경비구역(JSA) 방문이 시작된 후 10~20분 안팎에 각각 방사포(다연장 로켓포)를 발사한 것이 확인됐다. 한국의 주요 외교·안보 일정에 맞춰 도발에 나선 것이다.

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한미 군 당국은 이날 오후 5시쯤 북한군이 평안남도에서 서해상으로 방사포 여러 발을 발사한 것을 포착했다. 이날 방한한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국방부) 장관이 안규백 국방 장관과 함께 판문점 JSA를 방문한 지 20분 만이었다.

북한은 앞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첫 정상회담을 하고 있던 1일 오후 4시쯤에도 비슷한 도발을 했다. 1일 오후 3시 48분 한중 정상회담이 시작되고 10여 분 만에 평안남도 화진리 일대에서는 서해상으로 미상의 발사체 수발을 발사한 것이다. 이 발사체는 약 30㎞를 비행했다. 한미 군 당국은 이 발사체가 방사포일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에서 통상 실시하는 훈련이거나 수출용 무기의 검수 발사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3일 한미 국방 장관이 8년 만에 JSA를 공동 방문하는 시각에 맞춰 북한의 추가 도발이 확인된 것이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한국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신호를 발신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 240㎜ 방사포의 사거리는 일반탄을 사용하면 40㎞, 사거리 연장탄을 쓰면 60㎞ 정도 된다. 한국군의 전방 부대와 수도권을 겨냥하는 이른바 장사정포(長射程砲)에 해당한다. 북한은 지난 2월 국방과학원이 기존 240㎜ 방사포탄에 유도 기능을 추가한 ‘개량형’ 조종 방사포탄을 개발했다고 주장했고, 지난 8월과 지난달 초 그 시험 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발사한 무기가 지난달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방사포일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지난 10일 열병식에서 기존 240㎜ 조종 방사포와 전술 유도 미사일, 130㎜ 방사포를 포드(pod)식으로 탑재한 신형 방사포를 공개한 바 있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포드식 구조는 빠른 재장전이 가능하고 탄 종류를 쉽게 바꿀 수 있어서 작전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북한 관영 매체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같은 날 러시아에 파병됐던 특수부대 ‘폭풍군단’으로 알려진 11군단을 찾아 “전군을 이 부대처럼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강군으로, 영웅 군대로 만들자는 것이 우리 당의 의지이고 염원”이라고 말했다. 한중 회담일에 러시아에 파병됐던 부대를 찾아 북·러 혈맹을 강조했다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