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중 정상회담 후 대통령실은 “한중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고위급 정례 소통 채널을 가동해 지역 글로벌 이슈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 대통령을 중국에 초청했고, 이번 한중 정상회담의 후속 협의를 위해 연내(年內)에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가 방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97분간의 정상회담과 70분간의 만찬 후에도 양국 간 합의를 담은 정상 공동성명 등 ‘결과 문서’는 나오지 않았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명확히 발표하지 않았다.
◇ 中 발표에 ‘한반도 문제’ 없어
한중 정상 간에는 2014년 이후 공동성명이나 공동 언론 발표문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도 마찬가지였다.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는 2일 “사드 배치 이후, 또 전임 정부에서 중국과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정상회담이었던 만큼 첫술에 배부를 수 없었다고 본다”고 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중국이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해 협력할 뜻을 표했다”면서도 “구체적 논의는 없었다. 그동안 북핵 상황이 많이 변해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미·북 대화로 남북 대화를 추동하겠다는 우리 측 구상을 길게 설명했고, 시 주석도 ‘미·북 대화가 중요하다’는 데는 동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 정부 발표에는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 문제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중국은 문재인 정부 때만 해도 한중 정상회담 발표문에 “한반도 비핵화 목표” 등을 포함시켰지만, 윤석열 정부부터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번 회담 후에도 이 기조가 유지된 것은 “비핵화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통령실이 지난달 31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실현”이 한중 회담 의제라고 밝히자, 북한은 박명호 외무성 부상의 담화로 “백 번 천 번 만 번 비핵화 타령을 늘어놓아도 결단코 실현시킬 수 없는 ‘개꿈’”이라고 반발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시 주석이 최근 전승절 열병식에서 북한과 우의를 과시했고,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 세력’이라고 했는데 한중이 비핵화를 전면에 내걸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 習 “부정적 동향 억제해야”
양측은 이날 회담에서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 계획 등 민감한 현안을 모두 다룬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원잠 도입에 대해 “한미 양국이 핵 비확산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길 바란다”고 했고, 우리 외교부는 “우리가 개발·운용을 추진하려는 것은 재래식 무장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며, 이는 NPT에 부합한다“고 했다. 회담에서 시 주석은 한국의 원잠 추진이 ‘지역 평화·안정 촉진에 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고, 이 대통령은 ‘북한의 원잠 건조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측은 구체적 현안 언급 없이 시 주석이 회담에서 “구동존이(求同存異) 속에서 협력과 윈윈을 이뤄야 한다”며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관심사를 배려하며 우호적인 협상을 통해 갈등과 이견을 적절히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시 주석은 한국을 미국 쪽으로 너무 몰아붙이면 안 된다는 전략적 셈법하에 방한했기에 특별히 양국 간 현안을 돌파하지는 않았지만 쟁점을 부각하지도 않은 것”이라며 “발표되지 않은 합의 사항들이 있다면 앞으로 후속 협의나 이행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제재 문제에 대해 위 실장은 “생산적 논의가 있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 1일(현지 시각) 백악관은 지난달 30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관한 팩트시트를 통해 “(중국이) 다양한 해운 업체에 부과한 제재를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오션도 대상이 될 수 있다.
양 정상은 회담에서 한국 내 반중(反中) 시위 문제도 비중 있게 논의했다. 중국 측은 시 주석이 ‘민심상통(民心相通)’이 필요하다며 “여론과 민의에 대한 인도를 강화하고, 긍정적 메시지를 확산하며, 부정적 동향을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양국은 ‘초국가 스캠 범죄’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통해 ‘한중 공동대응 협의체’를 발족하고 관련 정보·증거 수집, 합동 작전과 공조 수사, 피해자 구조·보호·송환, 범죄 자금 추적·동결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김재천 서강대 교수는 “중국과 구조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낮은 단계의 인적, 교육, 문화 교류 등을 하겠다고 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