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핵(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우리가 공급받도록 결단해 달라”고 공개 요청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였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겠다는 의사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개했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 같은 민감한 문제는 비공개회의 때 논의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외교적으로 이례적인 과정을 거친 것이다.

◇ 트럼프 “체크하겠다”더니 깜짝 승인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경주 국제미디어센터(IMC)에서 개최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외교·통상 합동 각료 회의(AMM) 기자회견에서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 대한 질문을 받고 협상 뒷얘기를 전했다. 조 장관은 “한미 정상회담 계기에 이 대통령이 이 문제를 제기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하셨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내부적으로 검토할 사안이 있다면 체크해 보겠다’고, 그렇게 이야기가 진행됐다”고 했다.

뉴시스 조현 외교부 장관이 30일 경주 APEC 외교통상 합동 각료 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 당일만 해도 미국 측 수용 여부가 명확하지는 않았다는 얘기였다. 전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비슷한 브리핑을 했었다. 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요청했고, “미 측의 적극적인 협조 의사를 확인한 것이 핵심 성과”라고 했다.

조 장관은 “뜻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아침 트루스소셜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원자력 추진 잠수함 승인’을 밝힐 줄은 예상 못 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나는 그들(한국)이 현재 보유한 구식이고 훨씬 기동성이 떨어지는 디젤 잠수함 대신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도록 승인했다”며 “우리의 군사 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졌다”고 했다.

◇ 8월 회담 때도 원잠 연료 요청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방송에 출연해 “(원잠 연료는)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의 비공개 회담에서 우리 대통령께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요청했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 “약간의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핵무기를 적재한 잠수함을 만들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잠수함 얘기를 꺼낸 것은 이미 한 차례 논의를 했던 주제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방송에서 “(8월) 논의가 많은 진전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제기한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당시부터 북핵 능력 고도화에 대응해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을 공약으로 검토했다고 한다. 앞서 북한은 3월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선소 현지 지도를 보도하며 탄도미사일 발사 능력을 갖춘 원자력 추진 잠수함(SSBN) 건조 계획을 밝혔고 이에 대응해 일부 대선 주자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을 공약했다.

핵미사일은 탑재하지 않지만 원자력을 동력으로 하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민감한 무기로 분류되면서 남북·한미 관계 등을 고려해 이 대통령의 최종 공약에선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1차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 추진이 다시 논의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위 실장은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잠수함이 핵을 운반하는 중요 수단이 돼 있으며, 핵잠수함을 개발한다는 발표까지 한 적도 있다”며 “이런 여건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우리가 핵잠 능력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북한이 최근에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그 외에도 여러 상황이 대한민국으로 하여금 방위력을 높여야 하는 것(요인)으로 되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