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연료 공급을 허용해 주시면 우리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하겠다”고 말한 배경에는 원잠 연료인 농축 우라늄만 확보하면 우리 기술로 건조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정부와 방산 업계는 연료 문제만 해결되면 10년 안팎에 국내에서 원잠을 자체 개발해 운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건조가 계획돼 있던 국산 잠수함 ‘장보고Ⅲ 배치Ⅲ’를 원잠으로 바꿔 개발하는 안이 유력하다. 조선 기술이 부족해 미국산 버지니아급(7900t) 원잠 3척을 중고로 먼저 구매한 뒤, 추가 함은 건조하려고 했던 호주의 오커스(AUKUS) 모델과는 상황이 다른 것이다.

그래픽=이철원

◊원잠 ‘소형 원자로’ 개발 가능

군 당국은 과거 정부에서 비닉(秘匿)사업을 통해 원잠 개념 설계 등을 해왔고, 재래식 잠수함 건조를 통해 고강도 특수 합금 선체 용접 기술도 확보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방부와 해군 등은 원잠 개발의 핵심 기술인 ‘소형 원자로’도 우리 기술력으로 충분히 개발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용훈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잠수함은 고정돼 있는 원전과 달리 3차원으로 움직이고 진동 등이 발생해 이를 최소화하는 설계 기술이 필요하다”면서도 “원자로 핵심 기술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 소식통도 “기업들이 대형 선박에 넣을 해상 원자로 연구를 해 와 데이터가 축적돼 있다”고 했다. 다만 실전 배치에 앞서 상당 기간 육상과 해상에서 안전성을 시험해볼 필요가 있다. 밀폐 공간인 원잠 내에서 방사능 누출 사고 등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원잠 연료로는 80~90% 이상 농축된 무기급 고농축우라늄(HEU)과 20% 미만의 저농축우라늄(LEU)이 모두 사용된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협의해 저농축우라늄을 확보한 뒤, 이를 이용해 원잠을 국내 건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최근 진수식을 한 장보고Ⅲ 배치Ⅱ 1번함(장영실함)은 3600t급인데, 이를 개량해 4000t급 이상으로 만들고 원자력 추진 체계를 탑재한다는 것이다.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은 30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원잠 확보 시기와 관련한 질문에 “결정이 난다면 10여 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2030년대 중반 이후가 될 것”이라며 “5000t 이상, 우라늄 농축 정도는 20% 미만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해군과 협의해야 하겠지만, 4척 이상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美 고농축우라늄, 저농축보다 우수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필리조선소 건조’를 거론하며 변수가 생겼다. AP 통신은 이 발언이 “(원잠) 기술을 한국에 공유할 것”이란 뜻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원잠은 모두 고농축우라늄 엔진을 사용하는데, 고농축우라늄은 핵무기 개발에 전용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의 자체 농축이 불가능하다.

이 경우 미국의 통제하에 고농축우라늄 연료를 공급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속적으로 미국의 강한 통제를 받는다는 점이 단점이지만, 군사적으로는 약 10년 간격으로 연료 교체가 필요한 저농축우라늄 엔진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료 교체를 하려면 잠수함을 절개해 엔진을 꺼내고 연료봉을 교체한 뒤 엔진을 다시 넣고 봉합해야 한다. 최대 2년까지 작업 기간이 길어질 수 있고, 유지·보수 비용이 천문학적일 것으로 추정된다. 군 소식통은 “저농축우라늄 엔진은 경제성이 크게 떨어지고, 연료봉 교체 시 방사능 누출 논란 등으로 주민 반발도 우려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