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실전 배치를 앞둔 최신예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에 탑재할 탄도미사일 요격 미사일 도입이 지연 및 축소되고 있다. 지난해 정조대왕함 취역식에서 군은 해상에서 적 탄도미사일 ‘탐지·추적·요격’이 가능해졌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실탄’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최소 5~10년 동안은 요격은 불가능해 기존 이지스 구축함처럼 ‘탐지·추적’만 가능할 전망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에 따르면 정조대왕급(8200t) 구축함에서 적 탄도미사일 요격에 쓰일 예정이던 SM-6 함대공미사일은 도입이 연기되고 있고, 사드(THAAD)보다 높은 고도에서 적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3는 도입 물량이 반토막이 났다고 한다.
정조대왕급 구축함에는 탄도미사일을 비행 중간 단계를 요격할 수 있는 함대공 미사일 SM-3와 종말 단계를 방어할 수 있는 SM-6가 탑재되기로 돼 있었다.
정조대왕함급에 수십 발씩 탑재하기로 한 SM-6는 최대 34㎞ 고도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지상의 패트리엇 PAC-3와 비슷한 수준이다. 군은 SM-6를 2034년까지 실전 배치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유 의원에 따르면 중동 정세 등으로 미군의 SM-6 수요가 급증했고, 부품 단종 문제 등으로 대량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SM-6 구매 수락서(LOA)를 올해 하반기에 받기로 돼 있었지만 내년으로 연기됐다. 예정됐던 2034년 SM-6 전력화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 소식통은 “2036년에나 SM-6 구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KAMD)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 화제였던 SM-3는 도입 물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SM-3 블록Ⅰ은 고도 90~500여㎞에서 적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한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는 탄도미사일이 대기권에 재진입해 하강하는 ‘종말 단계’ 방어망만 갖춰져 있는데, SM-3가 도입되면 종말 단계 이전인 ‘중간 단계’에서도 요격 기회가 생겨 방어력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받았다.
정부는 지난해 4월 2030년까지 총사업비 8039억원을 들여 SM-3 블록Ⅰ을 도입하기로 했다. 한 발당 가격이 200억~300억원 수준이라 20~30여 발 구매가 예상됐다. 하지만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이후 사업 타당성 조사에서 ‘조건부 타당’ 입장을 내면서 도입 수량이 줄어들었다. KIDA는 SM-3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대한 대응 능력은 갖추고 있지만 해상에서 적의 지대지 탄도미사일에 대응할 때의 능력은 한계가 있다고 봤다고 한다.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은 총 3척이 운용 예정이라 함당 수발의 SM-3만 갖추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1발의 탄도미사일 요격에 2발 이상의 요격 미사일이 발사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SM-3로 요격할 수 있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수는 더 적어질 전망이다. 최신 이지스 구축함을 건조했지만 성능을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안보 소식통은 “정조대왕급에서 SM-3를 운용한다면서 고가의 최신 전투 체계까지 갖춰놨는데 고작 함마다 SM-3 몇 발만 장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했다. 군 소식통은 “정조대왕급 구축함은 SM-3를 통해 ‘전구 방어(theater defense)’를 하겠다며 타군의 반대에도 강행한 사업”이라며 “지금대로라면 신형 구축함을 도입한 이유를 알기 어렵다”고 했다.
한국의 해상 미사일 방어 능력이 확보되지 않고 있는 사이 북한은 핵 전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한은 최근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11형’으로 추정되는 발사체 시험 발사에 이어 지난 28일에는 신형 잠수함발사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사일 테스트에 나섰다. 5000t급 신형 구축함 최현함과 강건함을 잇달아 진수하며 해상에서 수직발사관을 통한 전술핵 타격 능력도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
유 의원은 “장거리 함대공 유도탄은 정조대왕급 함정의 전력화 시기에 맞추어 획득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계속 지연되고 있다”며 “육상뿐만 아니라 해상까지 다양하고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무기 체계 전력화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