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2일 발사했던 단거리탄도미사일이 “극초음속 비행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사실이라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극초음속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화성-11마’를 처음 시험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마하 5 이상의 빠른 속도와 변칙 기동 탓에 요격하기 어려운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 배치한다면, 우리 방공망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반도 전역 타격 ‘극초음속 미사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3일 미사일총국이 전날 “평양시 력포 구역에서 북동 방향으로 발사된 2개의 극초음속 비행체는 함경북도 어랑군 궤상봉 등판의 목표점을 강타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발표 기준 발사 지점과 탄착 지점의 직선거리는 약 400㎞다. 발사 방향을 남쪽으로 돌리면 31일부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 회의가 열리는 경북 경주를 타격할 수 있다.
우리 군은 전날 북한 미사일이 평양 인근인 황해북도 중화 일대에서 발사됐으며, 해당 미사일이 약 350km 비행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북한 발표와 비교할 때 발사 지점은 약 5~10㎞ 차이가 나고, 사거리는 50㎞가량 차이가 난다. 합참은 또 극초음속 미사일이 아닌 고중량 고위력 SRBM ‘화성포-11다-4.5’ 계열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었다. 이날 북한의 발표 내용을 전날 우리 합동참모본부 최초 추정치와 비교하면 탄종·비행 거리·발사 지점 등이 모두 다른 것이다.
북한은 ‘극초음속 비행체’의 제식 명칭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극초음속 활공체로 보이는 탄두부 형상 등을 볼 때 ‘화성-11마’로 추정된다는 것이 전문가들 평가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화성-11마 최대 사거리는 600㎞ 이상으로 한반도 본토 전역이 타격 가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 “‘킬체인’ 무력화 우려”
합참은 초기 분석 결과와 북한의 발표가 다른 데 대해 “(우리도) 350~400㎞ 비행했을 것으로 추정했는데, 350㎞로 발표했던 것”이라며 “극초음속 미사일의 특징인 변칙 기동 등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손석락 공군참모총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변칙 기동을 탐지했느냐’는 질문에 “탐지 음영 지역이 있어 제한되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변칙 기동을 했어도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구는 구(球) 형태이기 때문에 전자기파를 직선으로 송출하는 지상 및 해상 레이더로는 우리 쪽에서 멀어질수록 음영 지역이 커져 탐지가 어렵다. 극초음속 미사일이 최종 단계에서 변칙 기동을 수십㎞가량 했어도 탐지가 어려웠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경운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초기 합참 발표는 미측 정찰 자산이 아닌 우리 해상 및 지상 정찰 자산에 의해 탐지하면서 발사 지점 및 비행 거리에서 오차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했다. 합참은 “한미 위성 등을 통해 확인한 발사 지점과 탄착 지점은 북한 발표와 합참 정보가 거의 동일하다”고 했다.
북한이 고체 연료 기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SRBM에 더해 극초음속 미사일까지 개발하면서 북한 핵·미사일 공격 징후가 있을 경우 선제 타격한다는 우리 군의 ‘킬 체인’이 실제 작동할 수 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액체 연료 미사일은 연료 주입에 수일에서 수시간이 걸려 공격 징후를 사전 파악할 수 있고, 킬 체인은 이에 기반해 나온 개념이다. 하지만 북한의 최신 ICBM 화성-19와 화성-20은 물론 화성-11 계열 SRBM은 모두 고체 연료 기반이고, 빠르면 몇 분 만에 이동식 발사대(TEL)에서 발사가 가능하다. 합참에서 근무했던 예비역 장성은 “지금 우리 정보 자산으로는 고체 연료 기반 미사일에 대한 실시간 감시 및 타격은 어렵다”고 했다.
한편 주한 미군은 23일 “북한의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탄도미사일 발사와 개발 행위를 강하게 규탄(condemn)한다”며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 중단을 촉구한다”고 했다. 주한 미군 소식통은 “앞으로도 북한이 탄도미사일 도발에 나설 경우 규탄 성명을 내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했다. 정작 우리 정부와 군은 대북 메시지를 내지 않아 북한 눈치를 본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공군은 다음 주부터 2주간 진행될 예정이었던 한미 연합 공중 훈련 ‘프리덤 플래그’도 APEC 이후 1주만 하는 것으로 단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