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 전차 전력의 주축인 K1 전차 절반 가까이가 조준경 노후화로 야간 전투시 적을 식별하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K1전차 조준경 교체를 위한 예산을 반영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병대 K1 전차가 지난 7월 호주 북동부 일대에서 훈련장에서 '탈리스만 세이버' 연합훈련에 참가해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해병대사령부

12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에 따르면 1000여대에 달하는 국산 K1 전차 중 44%가 야간에 적을 탐지하는 열상 장비가 노후화해 적을 포착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해당 조준경은 외국산을 활용하고 있는데 사용 기간이 30년에 달하면서 성능 저하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비는 야간에 2㎞ 이내의 적을 확인하는데 활용되는데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적이 사격 범위 안에 들어와도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조준경 수리 부속은 단종돼 정비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K1 전차는 우리 군 전체 보유 전차의 58%에 달하는 핵심 전력이다. 성능은 K2 전차보다 떨어지지만 육군과 해병대에서 주축으로 활용하고 있다.

유 의원에 따르면 기재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첨단전력 우선 확보 및 재래식 전력 투자 미반영’이라는 기조에 따라 K1 전차 성능개량 관련 예산을 한푼도 편성하지 않았다고 한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조준경 부품이 단종되면서 국내 개발사업이 진행됐고, 개발도 마쳤지만 예산이 편성이 안 돼 조준경을 신형으로 교체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K1 전차에 에어컨을 탑재하는 사업도 멈춘 것으로 파악됐다. K1 전차는 에어컨 기능이 없어 한여름 35도 폭염 속에서는 1시간만 기동하면 내부 온도가 50도를 넘나든다고 한다. 국방부에 따르면 성능개량 장비인 냉방장치를 탑재하면 내부 온도를 22도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군에 따르면 K1 전차는 여름철 훈련 중에는 상부에 파라솔을 설치하고 내부 열을 식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은 “올해 한반도의 여름은 폭염과 열대야가 빈번하게 발생한 역대급 더위로 기록됐는데 드론 전사 양성, 첨단 과학기술군 등 첨단전력 확보를 위해 우리 장병들의 인권과 생명을 지키고, 처우 개선, 기본적인 전투준비태세를 유지하는 사업들은 취소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