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박윤주(오른쪽) 외교부 1차관이 10일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 차관 전략 대화에 앞서 앨리슨 후커 미국 국무부 정무 차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이 한국을 방문한 앨리슨 후커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과 10일 오후 서울 외교부에서 제10차 한미 외교차관 전략 대화를 가졌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었던 2021년 7월 9차 회의 이후 4년 3개월 만의 전략 대화다. 후커 차관이 트럼프 1기 미·북 협상에 관여했던 한반도 전문가인 만큼, 국무부 2인자인 크리스토퍼 랜다우 국무부 부장관 대신 전략 대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회담 후 외교부는 양측이 지난 8월 열린 한미 정상회담 후속 조치, 경제 현안, 한·미·일 3국 공조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주한 미국 대사관은 한미 동맹 현대화, 조선, 핵심 광물 공급망, 에너지 문제 등이 논의됐다고 밝혔다. 약 20일 앞으로 다가온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 양측 외교 당국 간에 안보·통상 현안 전반에 대한 조율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외교부는 양측이 “첨단 기술 및 인적 교류 등 분야에서의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며 비자 문제 후속 협의의 조기 개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후커 차관이 “미 측이 한국 측의 대미 투자의 긍정적 효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면서 “한국 국민이 안정적인 투자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주한 미국 대사관은 후커 차관이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70년 이상 평화, 안보, 그리고 번영의 핵심축(Linchpin) 역할을 해온 한미 동맹의 굳건한 힘을 재확인”하고 “강력한 연합 방위 태세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 억제 지속 보장을 통해 동맹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미국의 굳은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북핵 문제에서는 한미 간 다소 온도 차가 있었다. 미국 측은 “양국 차관들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통의 의지를 포함하여, 북한의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에 대해 일치된 접근법을 유지할 것을 약속했다”고 했다. 반면 우리 외교부는 양 차관이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견지하는 가운데 대북 정책 관련 긴밀한 공조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 비핵화’보다 북한이 선호하는 표현이다. 외교부는 또 박 차관이 교류, 관계 정상화, 비핵화를 골자로 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E.N.D. 이니셔티브를 설명하고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가자고 했다”고 전했다.

한편 외교부는 조현 장관이 후커 차관과 별도로 조찬을 갖고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조선, 원자력, 첨단 기술 등 전략적 협력 이행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펀드 문제로 교착된 통상 협상의 돌파구 모색과 함께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포함한 한미 간 안보 합의의 최종 발표를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