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폭염 때문에 9월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던 한미 연합 훈련 야외 기동훈련 중 70%가 10월 초 현재까지 실시되지 않은 것으로 2일 나타났다. 이와 별개로 국군이 10월 실시할 예정이었던 연례 기동훈련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이유로 11월로 연기됐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대규모 기동훈련이 연기되면서 군 안팎에선 정부의 대북 유화책의 영향이 아니냐는 말과 함께 군의 대비 태세가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미 군 당국은 지난 8월 연합 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와 연계해 실시되는 기동훈련 40여 건 중 20여 건을 9월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당시 “극심한 폭염”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복수의 군 관계자에 따르면 9월로 연기된 기동훈련 20여 건 중 현재까지 5~6건만 완료했다고 한다.
아직 실시되지 않은 훈련 중에는 전차·자주포·헬기 등을 동원한 실사격 훈련인 한미 연합 화력 훈련, 헬기를 통해 이동한 병력이 목표를 점령하는 한미 연합 공중 강습 훈련 등도 포함됐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공세적’이라고 판단할 요소가 있는 훈련들”이라고 했다. 북한은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이 직접 나서 한미 연합 훈련을 “침략적”이라며 맹비난했다. 합참 관계자는 “미실시 훈련은 하반기 안에 실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합참은 이날 연례 기동훈련인 ‘호국훈련’을 15일에서 11월 17일로 한 달 연기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APEC 정상회의 여건을 보장하기 위해 군사 대비 태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APEC 정상회의와 호국훈련 일정은 1년여 전에 이미 정해져 있었고, 호국훈련의 주축인 육군 7군단은 한반도 유사시 북진 임무를 맡고 있다. GP·GOP 등 전방 경계 임무를 맡지 않고 있다. 군 관계자는 “주한 미군 전력도 참여하는 군단급 야외 기동훈련을 APEC을 이유로 연기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진영승 신임 합참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의장에 취임해 처음 한 일이 훈련 연기라 안타깝다”고 했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현 정부는 연일 ‘자주 국방’을 강조하고 있는데, 전투력을 키우기 위해 필수적인 훈련을 잇달아 연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