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이 오는 15일부터 1주일간 실시될 예정이었던 연례 군단급 야외기동훈련 ‘호국훈련’을 11월로 연기하기로 30일 결정했다. 합참 관계자는 “다음 달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기간 대비 태세 강화 및 군단장급 장성 인사 등이 있어 훈련을 미루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훈련은 경기·강원·충북 일대에서 이뤄져, APEC 정상회의 장소인 경북 경주와는 거리가 있다.
군 안팎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대북 유화책 일환으로 이번 훈련이 연기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호국훈련의 핵심 주력인 7군단은 유사시 북진(北進)을 임무로 하고 있다.
이번 호국훈련 연기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군 소식통은 “7군단이 상부로부터 훈련 연기 소식을 이날에야 들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훈련 전 병력 전개를 위해 미리 장갑차 등 궤도장비 6대를 강원 홍천으로 파견했던 7군단은 훈련 중단 소식에 병력 배치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7군단은 지난 29일에는 지역 매체에 “15일부터 경기·강원·충북 일대 13개 시·군에서 대규모 기계화부대 실기동 훈련을 한다”고 홍보하기도 했었다.
이런 갑작스러운 훈련 연기는 북한을 의식한 조치란 해석이 군 안팎에서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1일 “한국과 마주 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한미일 다영역훈련 ‘프리덤 에지’, 한미 핵·재래식 통합 훈련 ‘아이언 메이스’ 등 우리 군이 참가하는 여러 훈련을 싸잡아 비난했다.
7군단의 기계화 병력을 핵심으로 실시되는 호국훈련에는 해·공군·해병대와 주한미군 전력도 참가한다. 남한강 일대에서는 공·방을 벌이며 도하하는 훈련 등도 이뤄진다. 지난 7월 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미 훈련을 비난했을 때도, 국방부는 8월 ‘을지 자유의 방패’ 훈련 기간에 실시될 예정이었던 야외 기동 훈련 40여 건 중 절반가량을 9월로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