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군사시설 보호구역 약 400만㎡가 해제·완화되면서 안보상의 문제는 없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에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완화 대상에 포함된 경기 김포시와 인천 강화군은 북한과 인접해 있고, 비행안전구역이 해제·완화되는 경기 성남시와 서울 동부권은 대통령과 외국 국빈이 이용하는 서울공항 인근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작전 운영상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서해와 한강이 만나는 한강 하구 일대는 과거 북한의 침투 경로로 활용됐다. 1995년 임진강과 한강의 합류 지점에서 멀지 않은 경기 파주시 장단면에서 북한군 3명이 소형 잠수정을 통해 침투하려다 우리 육군에 발각돼 1명이 사살되는 ‘임진강 벼락바위’ 사건이 발생했다. 1998년에는 강화도 서남부 장곶 앞바다에서 북한 간첩선이 해안 침투를 시도하다가 우리 군 공격을 받고 돌아가는 사건이 있었다.

다만 국방부는 이번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완화 대상은 해·강안 경계와 직접 관련이 없는 지역이라고 했다. 경기도 김포시 제한보호구역 28만㎡ 해제와 관련해 국방부는 “걸포3지구 주택 개발 사업이 이뤄진 곳”이라며 “주민 생활 불편을 해소하고 지역 발전이 이뤄지도록 (해제)했다”고 했다. 이미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강안 경계 등이 이뤄지는 지역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천 강화군 하점면 부근리 일대 40만㎡의 제한보호구역 해제와 관련해 국방부는 “고인돌공원 일대 관광단지 활성화와 강화하점산업단지 일대 개발 여건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통제보호구역에서 제한보호구역으로 완화된 강화군 강화읍 월곳리·대산리 일대 2만3000㎡는 한강 하구 인근이지만 경계 작전에 영향을 주는 곳은 아니라고 군 소식통은 전했다.

이번에 비행안전구역이 해제·완화된 서울공항 일대는 12년 전인 2013년 9월에도 동쪽 활주로 각도를 약 3도 변경하면서 비행안전구역 1258만㎡가 해제된 적 있다. 이번에 추가로 327.7만㎡의 비행안전구역이 해제·완화된 데 대해 국방부는 “2022년 측량 시 일부 추가 조정 소요를 확인하고 관할 부대 및 합참·국방부 심의를 통해 조정했다”고 했다. 추가로 비행안전구역을 해제·완화할 수 있는 지역이 뒤늦게 확인됐다는 취지다.

다만 이번 조치로 아파트 고도 제한이 완화되는 만큼 인근에 들어선 고층 아파트에서 외국 정보원 등이 서울공항을 관찰하기가 쉬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정원은 지난 4월 “중국인이 군 기지, 공항·항만, 국정원 등 핵심 군사 시설을 무단 촬영하는 사건이 지난해 6월부터 11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국회 정보위에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