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조현(오른쪽부터) 외교부 장관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과 함께 손을 맞잡고 있다. 이날 회의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였다./외교부 제공

한·미·일 3국 외교장관이 22일(현지 시각)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견지하고 ‘남중국해의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제80차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조현 외교장관은 이날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과 회의를 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외교장관이 대면 회담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의 후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3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안보리 대북 결의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포기(CVID)”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성명에는 “안보리 결의에 따른 대북 제재 유지·강화”와 “3자 다영역 훈련 ‘프리덤 에지’의 정기적 시행”을 논의했다는 내용도 있다. 지난해부터 3차례 실시된 프리덤 에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연합 연습을 비난하며 직접 거론했던 훈련이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남중국해에서의 불법적 해양 (영유권) 주장을 강력히 반대”하고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표현도 포함됐다. “대만 인근에서 불안정을 야기하는 행위가 점점 빈번해지고 있음에 우려”도 표명했다. 군사 훈련을 포함해 남중국해와 대만 해협에서 확대되는 중국 활동에 대한 우려의 표현이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일·한 3국이 대만 및 해양 문제에 관해 제멋대로 이야기한 것은 중국 내정 간섭”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 외교부는 공동성명과 함께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대신 ‘한반도 비핵화’, 남중국해 문제를 ‘역내(域內) 문제’로 표현했다. 정부가 북한과 중국이 민감해하는 표현을 피하며 이들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인 지난 7월 11일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이 국회 인사 청문 절차 중이었던 조 장관을 대신해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했을 때만 해도 외교부는 결과 보도자료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란 표현을 썼다. 두 달여 사이에 표현이 달라진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핵무기가 없는 한국에도 비핵화 책임을 요구하는 개념으로,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나 전략 자산 전개에 반대하는 근거가 된다. 김정은이 ‘비핵화 불가’를 선언하기 전까지 북한이 선호했던 표현이다.

외교 소식통은 “미·일의 의견에 따라 공동성명에는 북한 비핵화와 남중국해·대만 문제를 넣었지만 우리 외교부는 이 문제를 부각하고 싶지 않은 것 아니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