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이 길어지고, 중국의 군사 위협이 증대되면서 군 복무 기간을 늘리거나 ‘징병제 부활’을 검토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남성의 군 의무 복무 기간을 32개월에서 36개월로 연장했다. 1995년 국방복무법을 개정해 36개월이었던 복무 기간을 32개월로 줄였지만,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습격해 발발한 전쟁이 길어지자 복무 기간 긴급 연장에 나선 것이다. 이스라엘은 여성도 24개월 의무 복무를 시행하고 있다.
2018년 징병제를 포기하고 모병제로 전환했던 대만은 지난해부터 다시 징병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 포위 훈련을 하는 등 중국의 무력 통일 위협은 커지는데 지원병 모집은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탈냉전기에 병력을 감축했던 많은 유럽 국가들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징병제나 의무 군사 교육을 부활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아무리 첨단 무기가 있어도 그 무기를 운용할 병력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재집권하며 유사시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징병제 논의에 불을 붙였다.
나토 가입 후인 2007년 모병제로 전환했던 라트비아는 지난해 17년 만에 징병제를 부활했다. 에드가르스 린케비치스 라트비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나토 국가들이 징병제 복원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며 “아무도 싸우고 싶지 않다. 문제는 침략을 당하고 싶은 사람도 없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세르비아는 내년부터 19세 이상 남성을 입대시켜 의무 군사훈련을 받게 할 예정이다. 폴란드도 유사한 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국방장관이 공개적으로 징병제 폐지를 “실수였다”고 말했던 독일은 유사시 병력 자원을 파악하기 위해 2027년부터 18세 이상 남성 전원에게 군 복무를 전제로 한 문진표를 받을 방침이다. 스웨덴은 2010년 모병제로 전환했지만, 병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자 2018년부터 징병제를 재도입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가용한 국방 예산 범위에서 전투력을 늘릴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은 병력을 늘리는 것”이라며 “유럽 국가들은 그만큼 안보 위협이 심각하다고 생각해 징병제로 회귀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