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왼쪽)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 부장./사진=조선DB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장관)이 조만간 방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17일부터 조현 외교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하는 데 이어, 이르면 이달 말 왕 부장이 한국을 찾는 방안이 조율되고 있다는 것이다.

왕 부장이 조만간 방한한다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0월 31일~11월 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이 확실시된다고 볼 수 있다. 외교 소식통은 이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조만간 한국에 가겠다’고 밝힌 것으로 안다”며 “10월 1~7일 중국 국경절 연휴를 피해서 9월 말 또는 10월 중순쯤 한국에 올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왕 부장이 한국에 온다면, 시 주석이 경주 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하기 전에 사전 답사 성격이 된다. 조 장관은 1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번 방중에서 시 주석 방한이 확정될지 여부에 대해 “저희는 중국이 (시 주석의) 참석에 대해 거의 확실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시 주석은 2014년 7월 3~4일 마지막으로 한국을 방문했는데, 왕 부장이 한 달여 전인 그해 5월 26~27일 먼저 한국을 찾아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했다. 시 주석이 2023년 11월 14~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찾기 20여 일 전에도 왕 부장이 사전 조율을 위해 먼저 방미했다.

다만 이번에는 미·중 간에 진행 중인 미·중 정상회담 논의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중국 측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경주를 찾기 전 먼저 중국을 방문해 줄 것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왕 부장은 2023년 11월 부산에서 열린 한·일·중 3국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이후,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다. 전임 정부의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이 지난해 5월 중국을 찾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형식상 중국 측이 방한할 차례였다.

조 장관은 이에 대해 대정부 질문에서 “한·중관계 중요성에 비춰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기꺼이 가서 하루라도 빨리 (회담을) 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했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11년 만에 추진되는 시 주석의 방한을 매끄럽게 조율하기 위해 이런 순서에 구애받지 않고 방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 장관은 17일 베이징에서 왕 부장과 외교장관 회담, 만찬을 함께 할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시 주석의 방한 문제를 협의하고, 북한 동향과 중국의 서해 불법 구조물 설치 등도 논의할 전망이다.

조 장관은 앞서 “한국과 중국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잘 발전시켜 나가야 된다는 데 양국이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면서도 “서해 구조물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단호하게 지적하고 입장을 표명할 것은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