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사태는 결코 미국이 한국을 바라보는 태도를 반영한 것이 아닙니다. 강력한 유대가 있는 오랜 동맹을 이렇게 대우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댄 킬디 전 미 하원의원)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체포돼 이민 당국에 구금됐던 한국인 300여 명이 일주일 만에 귀국한 12일, 본지와 만난 전직 미 연방하원의원 4명은 “이번 구금 사태는 완전히 잘못된 일이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초당파 조직 ‘미국 전직 연방의원 협회(FMC)’ 소속으로 방한한 이들은 “공화·민주를 막론하고 의회 내에서 한국은 강력한 동맹으로 존중받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양국 간 대화와 협력이 더욱 심화돼야 한다”고 했다.
6선을 지낸 킬디(민주·미시간) 전 의원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미국이 이민·비자 제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데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 근로자들은 미국 제조업 기반을 다시 세우는 것을 도우려 온 것”이라며 “이번 사태가 제조업 재건에 더 큰 어려움을 불러온다면, 그것은 한국 국민들에 대한 모욕일 뿐 아니라 미국 국민들에게도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수전 와일드(민주·펜실베이니아) 전 의원도 “이번 사태로 한국뿐 아니라 다른 동맹국들까지 미국 투자를 꺼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걱정된다”며 “의회가 나서서 비자 제도를 개선하는 입법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미국 내에서 국경 안보와 이민 제도가 충돌하는 상황이 이번 사태에 영향을 미쳤다고 짚었다. 킬디 의원은 “미국 남부에서 불법 이민자를 차단하는 강력하고 효과적인 국경 통제는 필요하지만, 이와 미국 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이민 제도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두 사안을 마치 ‘색칠 공부(coloring book)’ 하듯 단순화된 인식으로 접근하고 있고, 그 결과 이번 사건처럼 심각한 실수를 저지르게 된 것”이라고 했다. 신디 액스니(민주·아이오와) 전 의원도 “조지아 공장의 한국인 노동자들은 마치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어) 미국에 들어온 이민자들과 같은 범주로 묶여버렸고, 똑같이 취급당했다”며 “세계 각국의 인재들이 어떻게 미국 경제를 성장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는지 미국인들에게 교육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했다.
에릭 폴슨(공화·미네소타) 전 의원은 지난달 말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두 나라의 새 지도자, 새 행정부 간의 회담은 잘 진행됐고, 좋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번 조지아 사태가 그 성과를 훼손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다가올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논의해 적절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한편 지난달 정상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한국에서 숙청(purge)이나 혁명(revolution)이 일어나고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 액스니 전 의원은 “트럼프가 왜 그런 글을 썼는지 확실히 모르지만, 그가 하는 많은 일은 즉흥적으로 이뤄진다”며 “다만 이번 조지아 사태처럼 그런 즉흥적 방식에서 물러서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킬디 전 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표현을 매우 적극적으로 하고, 그의 발언은 큰 관심을 끌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실제로 시행되는 정책”이라며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그의 소셜미디어 발언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않고 행동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미 전직 연방의원 협회(FMC)
전직 미국 연방 의원들로 구성된 워싱턴 DC 소재 비영리 민간 외교 단체. 1970년 설립됐다. 우리의 헌정회와 비슷하다. 전 세계 주요 국가와 미국 정책 등을 논의하며 교류하고 있다. 미 의회의 주요 소통 창구 기능도 한다. 800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2019년 시작해 올해로 9회째를 맞은 FMC 초청 프로그램은 한국계 최초로 미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돼 3선을 지낸 김창준(86) 전 의원의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