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12일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과 관련해 “(한미 간) 큰 틀의 합의, 의미 있는 진전이 있다”고 말했다. 한미 원자력 협정에 따라 금지·제한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권한을 늘려 받는 쪽으로 한미 양국 입장 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위 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측이 원자력 협정 개정에 부정적 입장 아니냐는 질문에 “세부적으로 협의할 내용이 있을 수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한국이 더 많은 농축, 재처리에 대한 운신의 폭을 갖는 것에 서로 간 양해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 협정은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금지하고, 20% 미만 저농도 우라늄 농축도 미국 동의를 얻도록 했다.
위 실장은 “(협정 개정으로) 우리는 일본과 유사한 형태로 이뤄지기를 바란다”며 “미국에서는 조금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일본은 1988년 발효된 미·일 원자력 협정에 따라 재처리와 저농도 우라늄 농축이 가능하다. 위 실장은 원자력 협정 개정 협의가 관세·무역 협상으로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에 대해선 “원자력 협정은 안보 패키지 내에서 논의되는 것으로, 관세 협상과 ‘바터’(교환)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자력 협정 개정은 안보 패키지 내에서 일정한 이퀼리브리엄(균형)을 이루고 있고 일종의 완결성을 갖춘 상태라서 그냥 가면 된다”며 “관세 패키지는 아직 시작 단계다. 세부 사항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원자력 협력 문제를 언급한 후, 양국은 고위급 채널을 통해 관련 실무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외교·안보 수장들은 연일 원자력 협정 개정과 관련해 진전된 발언을 내놓고 있다. 한미 관세·무역 협상에 대해선 “국익 최우선”이라며 미국 측과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양국이 2018년 이후 활동이 중단된 한미 원자력 고위급 위원회를 다시 여는 등 조만간 가시적 성과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위 실장의 이날 발언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일본과 유사한 권한을 갖고자 한다는 것은 정상회담 이후 여러 차례 언급했던 내용”이라며 “협정을 개정하기로 했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