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장병을 대상으로 무인기(드론) 교육을 강화하는 ‘50만 드론 전사 양성’ 사업을 추진한다고 4일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드론 작전이 주목받으면서 육군 모든 분대 단위에 교육용 드론을 지급해 드론 운용 능력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중국 등 주변국이 무인 전력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한국군이 추진해 오던 무인 정찰기, 다목적 무인 차량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4일 오전 강원도 원주 육군 36사단에서 열린 ‘소형 드론·대(對)드론 실증 전담 부대’ 지정식에 참석해 50만 드론 전사 양성 계획을 밝혔다. 국방부는 이를 위해 내년도 국방 예산 205억원을 들여 교육 훈련용 소형 드론 1만1000여 대를 도입하고 부대마다 드론 교육장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현재 군은 1100여 대의 교육용 드론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10배 규모로 늘려 육군 분대마다 1대를 배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론 전력 확보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육군은 노후 박격포 대신 드론을 배치한다는 방안도 논의했다. 군 관계자는 “현시점까지 구체화된 것은 없다”며 “한반도는 탁 트인 평야 지대가 많은 우크라이나와 지형이 달라 드론 공격의 효율성도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군이 10년 전부터 드론 강화를 외치고 있지만 실질적 성과는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드론을 부대 자산이 아닌 소모품으로 봐야 분실·파손 우려 없이 훈련과 활용이 가능한데 한국은 아직도 드론을 자산으로 보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군 안팎에선 한반도 전장에 적합한 드론 운용법(교리) 개발, 통신 주파수 확보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군 관계자는 “현재 상비 병력이 45만명 수준인데 드론 전사를 50만명 양성한다는 계획이 현실적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인력 양성도 중요하지만 상대적으로 뒤처진 무인 전력 확보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지난 3일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10여 종의 육·해·공 무인(無人) 무기 체계와 드론 방어 무기를 공개했다. 인공지능(AI) 무인 스텔스 드론 페이훙-97, 무인 스텔스 정찰 공격기 궁지-11, 길이 18m 신형 무인 잠수정 등이 대표적이다. 공중·해상 무인 전력과 관련해 군 관계자들은 중국이 한반도 주변 해역은 물론 필리핀·대만·오키나와를 잇는 해상과 공중에서 미국에 대해 확실한 전력 우위를 가지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한국은 스텔스 능력을 갖춘 최첨단 드론은커녕 감시 정찰 드론 개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회와 방산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국산 송골매 무인기, 이스라엘산 헤론 무인기를 대체할 차기 육군 군단급 정찰 무인기 국내 개발 사업을 중단했다. 이 사업은 당초 2017년 개발 완료가 목표였지만 시제기 파손 및 기술 부족 등의 문제로 사업이 지연됐었다. 방사청은 사업을 원점에서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무인 감시 전력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육군이 보유한 헤론 3대 가운데 2대는 북한 GPS 교란, 헬기 충돌 사고로 파손돼 현재 1대만 남은 상황이다.
2020년 ‘신속 시범 획득 사업’으로 지정해 도입에 속도를 내기로 했던 육군 다목적 무인 차량 사업도 5년이 지난 지금도 생산을 시작하지 못했다. 수색·전투·수송·경계·정찰 등을 할 수 있는 2t 이하 원격 무인 차량을 생산하는 사업으로 2개 업체가 시제품 제작까지 마쳤지만 평가 기준 등을 놓고 업체 간 이견이 계속돼 연내 본계약 체결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방사청은 유찰 후 재공고 입찰하는 방안을 포함해 법률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신속 획득 사업인데 실제로는 일반 무기 도입 이상으로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