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본부 홈페이지의 역대 육군 참모총장 소개란에서 12·12에 가담했던 신군부 출신 6명의 정보가 삭제된 것이 4일 확인됐다. 삭제 조치는 김규하 육군 참모총장 직무대리가 취임한 3일 이뤄졌다. 육군은 “국방부 부대관리 훈령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육군이 지난 3일 홈페이지 '역대 총장' 항목에서 신군부 출신 총장을 삭제한 모습/육군 홈페이지 캡처

육군본부 홈페이지 ‘역대 총장’ 항목을 보면 22대 정승화 총장 이후 다음 총장은 28대 이진삼 총장으로 소개돼 있다. 23대 이희성·24대 황영시·25대 정호용·26대 박희도·27대 이종구 총장이 누락된 것이다. 역시 신군부 출신으로 분류되는 29대 김진영 총장도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없다.

육군은 2019년부터 있던 국방부 부대관리 훈령(내란의 죄 등으로 형이 확정된 경우 예우 및 홍보 목적으로 사진을 게시하지 않는다)을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적용해 역대 총장 중 6명을 삭제 조치했다고 밝혔다.

안규백(왼쪽) 국방부 장관이 3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52대 육군참모총장 취임식 및 고창준 대장 전역식에서 김규하 신임 육군참모총장에게 육군기를 전달하고 있다. /육군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현 육군 참모총장도 ‘역대 총장’ 항목에 없다. 군 관계자는 “공식적으로는 기소 휴직 중인 현직 총장이라 10월까지 임기가 남아있어 ‘역대 총장’으로 소개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육군은 “51대 박안수 총장 사진은 지난 12월 중순경 홈페이지 (현직 총장 소개 항목)에서 비활성화했다”고 밝혔다.

군 소식통은 “군 내부에서 접근할 수 있는 인트라넷에서는 7월부터 삭제 조치를 했다”며 “뒤늦게 일반 홈페이지에 계속 게시돼 있는 것을 파악해 3일 온라인에서도 삭제 조치했다”고 했다.

군 당국이 이재명 정부의 기조에 맞춰 역사 지우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예비역 육군 장성은 “지난 정부에서는 홍범도 장군을 문제 삼았던 육군이 이번에는 신군부 단죄에 나섰다”며 “2019년 훈령이 개정됐을 당시 삭제해도 됐을 사람들을 왜 지난 정부에서는 삭제하지 않았는지 밝혀야 제대로 된 해명일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그들도 엄연히 육군 역사의 일부인 만큼 얼굴 사진은 내리더라도 어떤 과오가 있었는지를 적시해 계속 게시하는 방향이 나았을 것”이라고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가 육군 본부에 과거 계엄사령관 및 신군부 출신 총장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다”고 했다. 육군 자체 판단으로 신군부 관련자들을 삭제했다는 것이다. 군 소식통은 “육군이 내란 종식을 핵심 공약으로 삼고 있는 만큼 현 정부 코드에 맞추기 위해 자발적으로 선제적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가 부대관리훈령을 개정하면서 김용현 전 국방장관을 ‘역대 국방 장관’ 목록에서 삭제할 근거를 마련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국방부 홈페이지는 4일 기준 ‘역대 국방 장관’ 목록에 김 전 장관을 50대 장관으로 소개하고 있다. 현행 부대관리훈령에는 ‘역대 지휘관 및 부서장 사진’에 대해서는 게시하지 않아도 되는 기준이 마련돼 있지만 ‘역대 장관’과 관련해서는 별도 규정 없이 ‘현직 장관’에 대한 사진 게시 규정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