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승(공군 대장) 합참의장 후보자가 4일 전방 상황과 관련해 “국경”이라는 표현을 써 논란이 되고 있다. 헌법은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정하고 있는데, 마치 휴전선인 군사분계선(MDL)이 남과 북의 국경인 것처럼 표현한 것이다.

진영승 합참의장 후보자가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뉴스1

진 후보자는 이날 합참의장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용산 육군회관으로 첫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9·19 군사합의 선제적 복원을 선언한 것과 관련한 질문에 “9·19 군사합의에 대해 대통령께서 언급하신 것은 우리 국민의 삶의 질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장 강력한 것 같다”며 “어쨌든 지금 전방에서의, 국경에서의 긴장이 완화되고 또 신뢰 구축이 돼야만이 우리 국민이 일상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고 답했다. 전방 MDL 일대에 대해 ‘국경’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북한은 작년 4월부터 MDL 인근과 비무장지대(DMZ) 북측 지역에 다수의 병력을 투입해 삼중 철책을 설치하고 대전차 방벽을 세우는 작업 등을 진행 중이다. 작년 10월에는 “‘남쪽 국경’을 영구 차단·봉쇄하는 요새화 공사를 진행한다”고 선언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3년 말에 주창한 ‘적대적 두 국가론’에 따라 군사분계선을 국경선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하지만 정부와 군은 우리 영토는 헌법이 정한 그대로라는 입장이다. 진 후보자의 ‘국경’ 발언은 단어를 잘못 골랐다는 취지다. 군 일각에서는 공군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초대 전략사령관을 지냈지만 지상작전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이 같은 말실수가 나왔다는 해석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과거 어떤 합참의장도 전방을 두고 ‘국경’이라고 표현한 적이 없다”며 “전방을 ‘국경’이라 표현하는 것은 북한뿐인데, 우리 군 합참의장 후보자가 북한식 표현을 그대로 썼다”고 했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말실수라고 생각하지만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 자리에 가야 할 장군이 ‘국경’이라는 표현의 중대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크게 우려가 된다”고 했다.

그는 3일 열린 중국의 열병식과 관련해서는 “1959년도에 김일성이 텐안문 광장의 망루에 섰을 때하고 지금 김정은이 섰을 때의 가장 큰 차이는 위치가 바뀌었다는 것”이라며 “그만큼 북한이 66년 전보다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판단이 되고, 또 중러의 지도자와 나란히 있었다는 그 자체가 상당히 우리 대한민국 또 우리 군에는 큰 함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날 진 후보자는 현 정부 공약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해 “여러 조건을 고려하면서 긴밀하게 준비됐을 때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또 12·3 비상계엄 당시 합참이 방조·묵인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비상계엄 관련된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군의 특성이 군 지휘체계가 명확하게 명령을 하면 거기에 대해서 수명(受命·명령을 받다)하도록 교육받고 훈련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측면에서 비상계엄과 관련된 일련의 상황에서 합참은 나름대로의, 합참으로서 할 수 있는 절차를 수행하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즉답은 피했지만,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합참에는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군 소식통은 “12·3 비상계엄에 대해 제대로 대답하지 않고 합참의장으로서 비슷한 상황에서 어떻게 할지에 대한 소신도 밝히지 않았다”며 “뼈를 깎는 처절한 반성이 있어야 재발 방지가 가능할 텐데, 그렇지 않다면 군 신뢰 회복은 헛구호에 불과하다”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대장 진급·보직 신고 및 삼정검 수치 수여식에서 합동참모의장 후보자 진영승 대장의 삼정검에 수치를 달아주고 있다. /대통령실

진 후보자는 이날 “우리 군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졌는데 군이 새롭게 태어나 국민들로부터 다시 사랑받고 신뢰받을 수 있는 군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