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일 차기 합참의장에 진영승 전략사령관(공군 중장)을 내정하는 등 취임 후 첫 대장 인사를 단행했다. 전임 정부에서 임명됐던 대장 7명은 임명 23개월 만에 전원 교체됐다. 계엄 사태 이후 군을 조기에 안정시키겠다는 취지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군 최고 수뇌부에 대한 대대적 인사 조치가 반복되면서 안보 대비 태세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이날 합참의장, 육·해·공 참모총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등 대장급 인사 7명에 대한 인사를 발표했다. 진영승 신임 합참의장 내정자는 공사 39기로, 공군 출신으로는 2020년 원인철 의장 이후 약 5년 만에 합참의장에 내정됐다. 군 서열 1위로 각 군 작전을 총괄 지휘하는 합참의장은 통상 각 군 총장(대장) 출신을 임명했지만, 이번에는 중장인 진 내정자를 대장으로 진급시켜 내정했다. 중장이 대장 진급과 동시에 합참의장이 된 사례는 1970년 이후 윤석열 정부 때 김명수 의장에 이어 두 번째다. 합참의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된다.
정부는 육군총장에 김규하(육사 47기) 미사일전략사령관, 해군총장에는 강동길(해사 46기) 합참 군사지원본부장, 공군총장에는 손석락(공사 40기) 공군 교육사령관을 각각 임명했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에는 김성민(육사 48기) 5군단장, 전방 대비 태세를 총괄하는 지상작전사령관에는 주성운(육사 48기) 1군단장, 후방 방어를 담당하는 제2작전사령관에는 김호복(3사 27기) 지상작전사령부 부사령관이 임명됐다. 이들은 모두 중장에서 대장으로 진급하면서 군 최고 지휘부에 임명됐다.
이번 인사로 현역 대장 7명은 모두 전역하게 됐다. 이런 대규모 인사는 매 정부에서 반복됐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8월 첫 군 수뇌부 인사에서 정경두 공군총장을 합참의장으로 발탁하고, 엄현성 해군참모총장을 유임하며 당시 대장 8명 중 6명을 전역 조치했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첫 인사에서 김승겸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합참의장으로 발탁했지만, 전임 정부 때 임명된 육·해군 총장 등 대장 6명은 용퇴시켰다. 윤 정부는 이후 17개월 만인 2023년 10월에 대장 7명 전원을 다시 교체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인사와 관련해 “대장급 전원 교체를 통한 쇄신과 조직의 조기 안정화가 목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이 같은 대대적인 군 수뇌부 교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역 야전 지휘관은 “지휘 체계의 연속성과 안정적 작전 지휘를 위해서는 단계적 교체가 필요한데 정권마다 대폭 인사를 반복하면 결국 군의 정치적 중립은 지키기 어려워진다”고 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대장 전원 전역 조치와 군 수뇌부 동시 교체는 ‘쇄신’이 아니라 지휘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인사에서 육군은 육사 출신과 포병 병과가 선방했다는 평가다. 계엄 사태 여파로 육사 출신이 배제되고 비(非)육사 출신이 약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육군 몫 대장 4자리 가운데 3자리에 육사 출신이 발탁됐다.
육군총장에 임명된 김규하 미사일전략사령관은 육군 포병 병과 출신으로 2017년 김병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후 8년 만에 대장으로 진급하게 됐다. 민주화 이후 육군 포병 병과에서 육군총장이 나온 것도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두희 현 국방부 차관도 포병 출신이다.
공군은 올 들어 훈련 중 민가를 오폭하는 등 각종 사건 사고가 이어졌다. 진 합참의장 내정자는 국방부 직할 부대인 전략사령관을 지냈고, 손 공군총장 내정자는 교육사령관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비행단에서 벌어진 사건·사고에 직접 연관되지 않았다.
한편 국방부는 이날 군 수뇌부 인사를 발표하며 보도자료에 “북한의 지속적인 미사일 위협과 불안정한 국제 안보 정세 속 다양한 야전 경험과 탁월한 전투 감각을 보유한 장군을 발탁했다”고 했다. ‘북핵’은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