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숨진 채로 대구 수성못 인근에서 발견된 육군 장교가 총기와 실탄을 들고 수십㎞를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장교는 육군 3사관학교 훈육 장교로 평소 실탄을 소지하는 보직도 아닌데, K2 소총과 실탄을 소지한 채 영천에서 대구까지 아무런 제재 없이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군의 총기 및 실탄 관리 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육군은 2일 “오전 6시 29분쯤, 육군 모 부대 대위가 대구시 수성못 인근에서 원인 불상 총상을 입고 의식불명 상태로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며 “현재 군 및 민간 수사기관에서 정확한 사고 원인과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숨진 대위는 경북 영천에 있는 육군 3사관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훈육 장교로 알려졌다. 그는 전날(1일) 야간에 약 50km 거리를 사복 차림으로 이동하면서 대구 도심까지 총기와 실탄을 가져왔다. 하지만 해당 부대는 총기 및 실탄이 사라졌던 정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사망자 관련 신고가 접수된 이후에야 이를 알았다고 한다. 약 10시간 동안 총기 및 실탄 현황 체크를 하지 못한 것이다. 자칫 민간인이 다치는 총기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는 우려가 나왔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2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소총과 실탄을 소지한 채 영천에서 대구까지 아무런 제재 없이 이동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두희 국방 차관은 이에 숨진 장교가 평소 실탄을 소지하는 직책이 아니라면서 “(총기와 실탄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고 했다. 현재 군은 해당 인원의 총기 및 실탄 반출 정황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간부가 총기함에서 총을 꺼낼 때 훈련 등 총기를 줘야 할 상황이 아니면 정식으로 계통을 밟도록 하라고 교육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3사 생도가 교관이 총기를 달라고 하니 거부하지 못하고 꺼내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중부전선 전방부대 육군 부사관이 총기와 실탄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 열흘 만에 비슷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에는 최전방 경계작전 부대에서 벌어진 일이라 실탄 소지가 참작 가능했지만, 이번엔 간부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확보한 실탄을 들고 수십 km를 이동한 것으로 추정돼 상황이 더 엄중하다는 평가다.
군의 총기 관리 문제는 최근 들어 반복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대구·경북 소재 육군 모 부대의 한 부사관이 신병이 지급받은 K-2 소총을 차에 넣어 둔 채로 렌터카를 반납하는 사건이 있었다. 해당 부대는 K-2 소총이 사라진 사실을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가 사흘이 지나서 ‘렌터카에 소총이 있다’는 경찰 신고를 전달받고 사고를 인지했다.
군 소식통은 “대통령과 국방장관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주장하고 있는데 있어서는 안 될 사고가 잇달아 터지고 있다”며 “이런 군을 국민이 믿고 신뢰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