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각)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기지에 대한 소유권(ownership)을 원한다고 말했다. 미군은 한국에서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 등 10여개 주요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곳에 대한 소유권을 건네받으려면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 SOFA는 부지를 ‘공여’(무상제공)한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장관은 26일 국회에서 관련 질의에 “현실 세계에서는 (소유권 이전이) 불가능하다”며 “SOFA 규정에 의해서 잠시 사용하고 있는 것일 뿐 우리에게 반환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감축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지금 말하고 싶진 않다”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우리가 가진 거대한 요새(fort)의 소유권을 달라고 요청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은 ‘우리는 땅을 줬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렇지 않다. 한국은 땅을 빌려준 것이다. 땅을 주는 것(giving)과 빌려주는 것(leasing)은 큰 차이가 있다”며 “우리는 임대차 계약을 없애고 우리가 엄청난 군사기지를 두고 있는 땅의 소유권을 확보하고 싶다”고 했다. 세계 최대 규모 미국 주둔기지인 캠프 험프리스 부지에 대한 소유권 이전을 의미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SOFA에 근거해 주한미군에 기지 부지를 ‘공여(供與·무상 제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동산 임대차(lease)라는 표현을 썼지만 공여 방침에 따라 주한미군은 주둔과 관련해 임차료는 한푼도 내지 않고 있다. 외교안보 소식통은 “부동산임대차 계약으로 치면 보증금 0원에 월세 0원인 셈”이라며 “공여가 아닌 소유 형태가 되려면 현행 SOFA를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SOFA 제2조는 주한미군 부지 제공이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따른 ‘공여’임을 명시하고 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4조는 “상호합의에 의하여 결정된 바에 따라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주변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許與)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고 돼 있다.
현 SOFA 체제는 주한미군이 부지를 무상으로 사용하지만 “더 필요가 없게 되는 때에는 대한민국에 반환되어야 한다”(SOFA 제2조)고도 규정하고 있다. 미군이 해당 부지에 대한 소유권이 없음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SOFA 개정을 위해서는 국회 비준이 필요한 만큼 변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이 해외주둔기지 부지를 실제로 소유하고 있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미국은 2024년 기준 51국 128개 해외주둔 기지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해외주둔 기지 부지에 대한 소유권은 주둔 국가가 가지는 것이 원칙이다. 일본·독일·이탈리아 등의 미군 기지도 사용권은 미국이 갖지만, 소유권은 본국이 보유하고 있다. 해외주둔기지와 관련한 미 국방부 입장은 “토지에 대한 권리는 호스트 국가가 유지한다”라고 한다.
실현가능성이 낮고 기존 미국 입장과도 다른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을 노린 협상용 포석이라고 해석도 나온다. 한미 방위비분담금(SMA) 협상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SMA 협정 때 한국은 기지 사용료를 따로 받지 않는다는 것을 협상 레버리지로 활용해 왔다”며 “현행 SMA 체계를 깨기 위해 부지 소유권 문제를 제기했을 수 있다”고 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그린란드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병합하기를 원한다고 했던 트럼프식 팽창주의의 발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정상회담 결과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말씀의 배경을 더 알아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주한미군 부지는 우리가 공여하는 것이지, 우리가 주고 무슨 지대(rent)를 받는 개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