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한 달 동안 러시아에 152mm 포탄 100만발 규모 군수물자를 지원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방부 국방정보본부는 22일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실에 “최근까지 북한이 러시아로 포탄 등을 포함해 반출한 컨테이너는 약 2만9000여 개로, 152mm 단일 탄종으로 가정 시 포탄 약 1300만여 발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난달 중순까지 총 포탄 1200여만발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불과 한 달이란 짧은 기간에 100만발이 늘어난 것이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포탄 100만발 규모를 한 달 남짓한 기간에 보냈다는 것은 그만큼 군수물자 생산 능력이 확충됐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종전 협상을 앞두고 그만큼 러시아가 포탄이 필요해졌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고 했다.
국방정보본부는 그 대가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각종 무기 체계 현대화 지원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핵 투발 수단인 탄도미사일 관련 부품·기술·자문 등이 북한에 제공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방공 무기 체계도 지원받았다고 군 당국은 평가하고 있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올해 들어 전폭 6~8m 크기의 정찰·공격형 중형 무인기 시험 비행을 실시하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러시아로부터 그 기술의 이전도 받았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러시아에 파병됐던 군인들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로 불러 이례적인 ‘국가표창 수여식’을 가졌다. 이날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러시아 파병이 “조국의 운명과 장래를 위하여 당과 정부가 내린 정치적 결단”이었다면서 참전 군인들의 가슴에 영웅 메달을 달아줬다. 노동당 중앙위 청사 내 추모의 벽에 부착된 전사자 초상에 메달을 달아주면서 초상을 쓰다듬기도 했다. 김정은은 또 추모의 벽에 헌화하는 유족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전사자의 자녀로 보이는 어린이들을 끌어안고 다독였다. 하지만 추모의 벽에 걸린 초상화의 수는 총 101개로, 국가정보원이 지난 4월 국정원에 보고한 전사자 규모 4700여 명보다는 훨씬 적었다.
이처럼 북·러가 밀착하면서 남북, 미·북 대화 전망은 어두워지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2일 기자 간담회에서 “북·미 관계는 우리가 역할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북한이 우리나 미국과의 관계를 단절시키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대화를 거부해, 우리 정부가 미·북 대화를 촉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위 실장은 오는 25일(현지 시각)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 실장은 “정부 출범 이래 몇 가지 긴장 완화나 신뢰 구축 조치를 취한 바 있다”면서 “미국과 북한 간에도 유사한 신뢰 과정과 대화의 복원 과정이 있기를 바라고 그 점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동결→축소→비핵화’의 3단계 해법을 제시했다. 북핵 동결 단계에서 진전이 없으면 자칫 핵 보유를 용인하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방안이다. 하지만 위 실장은 “대통령이 말한 접근은 북한 핵을 꼭 용인하는 것이라 볼 수는 없다”며 “(핵 보유에서 비핵화로) 일종의 유턴을 하려면 일단 서야 한다. 그리고 뒤돌아서 축소, 원점으로 비핵화로 간다는 콘셉트”라고 말했다.
위 실장은 또 “한미 간에 그런 논의가 있고 기본 접근에서는 공감대가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비핵화의 목표 및 단계적 접근법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북핵을 중단시킨 다음 축소시키고 (핵무기가 없는) 원래 상태로 돌아오게 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주고받기와 제재 완화도 당연히 들어가는 이슈”라며 “시간적 개념이나 뭘 주고받을지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미국과) 비슷한 접근이고 비핵화 목표도 같다”고 했다. 비핵화 협상 중 대북 지원이나 제재 완화, 종전 선언이나 평화 협정 등이 반대급부로 논의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앞서 전방 지역 대남 확성기 40여 대 중 1대를 철거했던 북한군은 최근 2대를 새로 설치했다고 군 관계자가 22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