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만의 첫 문민 국방장관인 안규백 장관이 첫 지휘서신을 통해 ‘본립도생(本立道生)’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어 학이편에 나오는 표현으로, 근본이 서야 나아갈 길이 생긴다는 뜻이다. 군 기본자세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됐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안 장관은 11일 전군에 이 같은 내용의 지휘서신을 보냈다고 한다. 안 장관은 지휘서신을 통해 “기본에 충실한 군, 책임을 다하는 군이 되어야 한다”며 “국민의 군에 대한 신뢰를 이어가기 위해 두 가지를 당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①군 본연의 임무인 군사대비태세 확립 및 실전적 교육훈련 전념 ②군 기강 확립을 강조했다고 한다.
안 장관은 “군의 가장 큰 책무는 유사시 국가와 국민을 지켜낼 수 있는 강한 전투력을 갖추는 것”이라며 오는 18일부터 진행되는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거론했다고 한다. 그는 “곧 있을 UFS 연습을 실전적이고 성과 있게 실시해주기 바란다”며 “정신적 대비태세를 확립한 가운데 실전적 교육훈련과 전투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지휘서신에 적었다.
‘군 기강 확립’과 관련해서는 올해 들어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군의 사건 사고를 열거하며 ‘대강주의 척결’을 당부했다. 안 장관은 “’지휘관의 발걸음이 닿는 곳에 사고는 없다’는 생각으로 “사건·사고를 미연에 예방하고 대강주의를 척결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3월 공군 KF-16 오폭사고 및 7월 알래스카 훈련참가 KF-16 전투기 유도로 이탈 사고, 육군의 헤론 무인기와 수리온 헬기 충돌 사고, 해군 함정 유류 유출 사고, 군내 성폭력·가혹행위 사건들을 열거했다. 안 장관은 이 같은 사고의 원인에 대해 ”기강 해이와 기본 질서 위반에서 비롯된 것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초급 및 중견 간부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다양한 사기 진작 대책을 마련해 ‘군복을 입은 것이 곧 자긍심’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안 장관은 지휘서신에서 손자병법에 나오는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도 강조했다. 위·아래가 같은 뜻을 품고 나아가면 어떠한 난관도 극복하고 이긴다는 뜻이다.
군 소식통은 “안 장관이 여러 차례 조직운영의 기본으로 ‘본립도생’을 강조해온 것으로 안다”며 “안 장관이 한학에 조예가 있다는 말이 있었는데 지휘서신 느낌이 군 출신 장관 시절과 비교하면 크게 바뀌었다”고 했다.
본립도생은 문재인 정부 시절 국군기무사령부를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개편했을 때도 등장했던 표현이다. 당시 남영신 군사안보지원사령관은 취임사 및 부대훈(訓)에서 ‘본립도생’을 강조했다. 기무사를 ‘해편’(해체에 준하는 개편)해 만든 것이 현 방첩사령부의 전신인 군사안보지원사령부였다. 정부 소식통은 “안 장관이 본립도생을 강조한 것은 평소 소신도 있지만 12·3 비상계엄에 휘말렸던 현 국군을 기무사 해편 당시처럼 강도 높게 개혁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