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미 육군 대장)이 한국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 주둔 병력수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한반도의 군사역량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지휘관으로서 주한미군에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미동맹의 핵심 의제로 떠오른 ‘동맹 현대화’와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된 발언으로 현재 2만8500명의 주한미군 병력 재배치를 염두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 8일 경기 평택 험프리스 주한미군 기지에서 한국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주한미군 병력 재배치 관련 질문을 받고 “지휘관으로서 주한미군 내부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병력수와는 관련 없이 역량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다영역임무군과 5세대 전투기의 배치를 고민하고 있따”며 “새로운 군사 역량을 한반도에 도입함으로서 (안보)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미군 4500명 감축 보도 관련 질문을 받고서는 “까다로운 주제의 대화”라면서도 “대화는 숫자에 관한 것이 아니라 능력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고도 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구체적으로 주한미군 재배치 및 병력 감축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으면서도 병력 수보다는 역량 및 구성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다. 예시로 F-35등 5세대 전투기를 들면서 현재의 육군 중심 주한미군 병력 재배치가 가능하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특히 그는 “한미상호방위 조약 등 양자간의 문서에서는 결코 ‘적’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는다”며 “북한은 ‘보트에서 가장 가까운 악어’라 우리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기와 군사기술을 북한과 주고받고 있는 러시아는 위협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미동맹이 북한 뿐 아니라 러시아와 그밖의 위협들도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그는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 중동으로 순환배치됐던 주한미군의 패트리엇 포대 사례를 들었다. 그는 “미군이 필요에 따라 병력을 유연하게 배치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전략적 유연성은 패트리엇 재배치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맥락”이라고 했다. 미측이 이스라엘 방어 작전을 위해 패트리엇 포대를 순환배치 했듯이 주한미군도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상황에 따라 순환배치 될 수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브런슨 사령관은 패트리엇 순환배치와 관련해 “지난 6개월 동안 한반도에 5세대 전투기를 배치해 공백을 메웠다”며 “패트리엇은 한반도에 복귀할 것이고, 복귀할 때는 최신 업그레이드를 마치고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중국의 ‘서해 내해화’와 관련한 시설물 설치 및 군사훈련 강화와 관련해 “남중국해에서 보여준 모습과 기묘할 정도로 닮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서해와 관련해 우리는 (중국) 자산들을 감시·감지·이해·표적화 할 수 있는 능력이 그 누구보다 우수하다”며 “대한민국 주권이 다른 나라에 침해당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하고, 한미동맹은 이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중국인들의 주한미군 기지 촬영과 관련해서는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이뤄진 러시아와 중국의 해상 연합훈련과 관련해서는 “중국의 모든 훈련은 예행연습”이라며 “한미동맹은 어떤 상황에도 준비가 돼 있도록 연습훈련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공약했던 전시작전권 ‘환수’와 관련해서는 기존 미국 측 입장을 유지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지름길(shortcut)을 택하면 한반도 대비태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급하게 하는 것은 한국에도 미국에도 이득이 아니다”라고 했다. 기존 조건에 따른 전작권 전환 로드맵에 따라 조건을 모두 만족할 때 전작권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