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4일 대북 심리전을 위해 전방에 설치한 대북 확성기의 철거에 들어갔다. 사진은 이날 대북확성기 철거 작업하는 모습. /국방부

정부가 대북 심리전에 쓰이는 고정식 확성기 20여 대를 이번 주 내로 모두 철거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난 6월 11일 고정식 대북 확성기 가동을 멈춘 지 54일 만의 일이다.

국방부는 4일 “군의 대비 태세에 영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남북 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라며 전방 전선을 따라 설치된 확성기를 2~3일 내에 철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철거된 확성기는 각급 부대에서 보관하며 향후 상황에 따라 재설치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확성기 철거에 대해 “남북 간의 무너진 신뢰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그런 조치의 하나”라고 말했다.

국방부가 대북 심리전을 위해 전방에 설치한 대북 확성기를 철거한다고 밝힌 4일 경기도 파주 접경 지역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와 대남 방송 스피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북한군 동향에 대해 "확성기를 일부 정비하는 모습이 있었고 철거하는 모습은 없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하지만 북한 정권의 근본적 변화 없이 우리 측만 대북 심리전과 정보 유입 노력을 일방적으로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지난 6월 민간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은 50여 년간 계속했던 대북 라디오·TV 방송 송출을 지난달 초·중순 중단했다. 그럼에도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28일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가 확성기 철거를 시작한 이날은 2015년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매설 도발로 1사단 수색대대 하재헌·김정원 하사 등이 부상을 당한 지 10주년이기도 하다. 이 일로 하 하사는 두 다리를 잃었고, 김 하사는 우측 발목을 절단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를 계기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통한 심리전을 11년 만에 재개했었다. 육군 1군단은 이날 오후 당시 수색 작전에 참여했던 장병들을 경기 파주 임진각으로 초대해 이들의 용기와 헌신을 기억하는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런 가운데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회장단과 만나 “(대북) 접촉이 재개되면 남북협력기금에 대한 지원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남북협력기금은 정부가 남북 교류·협력을 위해 조성하는 공적 자금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비전향 장기수 안학섭(95)씨의 북한 송환 요구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는 1953년 4월 체포·구금돼 이적죄로 42년간 복역 후 1995년 출소했다. 김대중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 계기로 송환을 추진했지만 안씨는 “미군이 나갈 때까지 투쟁하겠다”며 잔류했다. 그러나 최근 건강이 나빠져 지난달 정부에 송환을 요구하는 민원을 공식 제출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현재로선 검토한 바 없다”면서도 “관련 단체의 요구를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안은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