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미국대사관저. 조솁 윤 주한 미 대사 대리가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지호 기자

조셉 윤(71) 주한 미국 대사대리는 24일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급박한 (관세 협상) 문제가 해결된 이후에 열릴 것”이라며 “경주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에 워싱턴 DC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윤 대사대리는 이날 서울 정동 대사관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 나오는 주한 미군 감축설과 관련, “주한 미군 규모에 관해 어떤 논의도 진행된 바 없다”며 “현재의 2만8500명 규모가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쪽에 대한 공격을 동맹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원칙이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핵심이다. 이 조약의 본질은 양국이 위협과 방위 필요성을 함께 고려, 공동 대응하는 데 있다”고 말해 한국이 미국의 대중(對中) 전략에 더 발맞춰주기를 희망했다. 그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일본과 미국 간 방위조약과 성격이 다르다. 일본에는 그런 상호성을 기대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주한 미국 대사대리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방위조약의 상호성을 강조한 것은 이례적이다.

◇“원자력 협정 개정, 한국 원하면 美도 협상 응할 것"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문제와 관련, 윤 대사대리는 “한국은 민간용 핵기술 분야에서 매우 발전해 있다”며 “원자력 협정은 양국이 때때로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한국 정부가 개정 요청을 한다면 미국 정부도 그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0월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계획이며, 시진핑 중국 주석도 오게 되면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주한 미국 대사 임명이 늦어지면서 올 초 부임한 윤 대사대리가 APEC 정상회의 때까지 서울에서 미국 대표로 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은 기존의 미국 외교 정책과는 차이가 있는데, 동맹국은 어떻게 이에 대응해야 하나.

“미국의 무역, 재정 측면의 이중 적자와 이로 인한 사회적 변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1조 달러를 넘어섰는데, 이는 결코 지속 가능한 구조가 아니다. 가장 큰 적자는 중국과의 거래에서 발생하며, 한국은 약 600억 달러로 5~6위 수준이다. 재정 적자는 1조 8000억 달러로 미국 GDP의 약 7%에 이르며, 한국의 GDP보다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는 이같은 무역 및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 한국 국회에서 최루탄이 터지는 등 어려운 과정을 거쳐 한미 FTA가 체결됐다. 미국이 높은 관세를 부과하려면, 먼저 한미 FTA 파기를 사과해야 하지 않나.

“FTA 체결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매우 다르다. 미국은 무역 적자 문제 해결이 절박하며, 한국 시장의 개방 확대를 원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서비스 분야가 그렇다. 다른 나라에서는 구글맵이나 애플맵을 쓸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미국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공정하며 변화된 상황에 대한 조정이라고 본다.”

- 한국 국민은 트럼프 행정부가 자유를 함께 지켜 온 동맹국에 일방적으로 25%의 관세를 부과한 것에 배신감을 느낀다. 반미 감정이 다시 고조될 가능성도 있다.

“그 지적에 일리가 있지만, 일방적 조치라는 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지금 미국이 한국과 협상하고 있지 않나. 그리고 이번 조치는 한국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미국은 일본, 호주, 영국, 나토 국가들과도 안보 관계를 유지하면서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 일본이 관세 15%에 쌀을 개방하기로 하면서 미국과의 협상을 타결했는데, 한국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

“미국과 일본이 합의에 도달한 것은 (한국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과도 합의를 이룬 바 있다. 그런데, ‘합의는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는 합의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점진적으로 진전되고 있다고 보는데, 조만간 합의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 앨브리지 콜비 국방 차관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동맹국의 ‘집단 안보 체제’를 언급했는데.

“누군가 아시아판 집단 안보 체제에 대한 얘기를 했다고 해도, 그것이 미국의 공식 정책은 아니며 정부 차원에서 논의된 바 없다. 다만, 현재 미국 내에서 중국은 전략적 경쟁자로 간주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략적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 방위비 분담금에 관한 특별조치협정(SMA)이 작년 말에 체결되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9배 이상 증액이 필요하다고 한다. GDP의 5% 수준의 국방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부담스럽다.

“현재 한국이 부담하는 방위비는 전체 주한 미군 비용보다 적으며, 대부분 인건비, 건설비, 공공요금 등에 쓰인다. 장기적으로는 군함 조달 같은 분야도 포함해 분담을 확대하는 방식이 효율적일 수 있다. 전 세계 모든 동맹국이 방위비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 트럼프 대통령은 수차례 김정은을 다시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전망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교류에 매우 관심이 많다. 2018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때 양측은 평화, 비핵화, 경제, 미군 유해 송환 등에서 네 가지 중요한 합의 사항을 도출했는데, 이 합의가 (재협상의) 좋은 기초라고 생각한다.”

-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김정은은 만나고 싶어하면서 새로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은 안 만나고 싶어 하는 것 아닌가? 이 대통령이 6월 4일 취임했는데,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어떠한 긍정적인 사인도 나오지 않아 우려된다.

“그렇지 않다. 양측 모두 만남을 기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긴급한 (관세 협상) 현안이 정리될 때까지는 조금 기다릴 필요가 있다. 이란 사태로 인해 캐나다 G7 회의에서 회담이 성사되지 못한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다.”

- 백악관이 이재명 대통령 당선 성명에서 ‘중국 간섭에 대한 우려’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 성명의 의도는 우리 모두가 중국의 영향력 행사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었다. 중국의 (전 세계 국가에 대한) 영향력 행사는 국제적으로 경계해야 할 사안이다.“

- 트럼프 대통령 재취임 후, 한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졌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오래 전부터 90% 이상의 한국인이 미국 여행 시 전자 여권으로 비자 없이 입국하고 있다. 일부 극소수 사례에서 인터뷰 지연 등 불편이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의 한국인은 문제없이 미국을 방문하고 있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 한국계 미국 외교관으로서 세 번째 한국 근무인데.

“이번에 부임해서 예전보다 한국 사회의 대미 인식이 훨씬 우호적으로 바뀌었다는 걸 느낀다. 광화문에서 데모할 때 성조기를 들고 흔들지 않나. 반면 중국에 대한 인식은 더 비판적으로 변화했다. 지난 대선에서 진보 성향 후보조차 중국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모습에서 시대 흐름이 바뀌었음을 느낀다. 한미 관계를 낙관한다.”

- 지난해 12·3 계엄 이후 부임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및 21대 대통령 선거를 지켜봤는데.

“한국에서 어려웠던 탄핵 과정을 헌법과 선거를 통해 질서 있게 이행한 점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주한 미 대사 임명이 왜 늦어지나

“트럼프 행정부의 대사 미지명 문제는 한국만의 일이 아니라, 호주, 싱가포르, 독일 등 주요 국가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적합한 인사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한국에는 윤 대사 대리가 정식으로 임명되는 것이 좋지 않느냐는 여론도 있다.

”나는 지금 임시로 서울에 왔다. 일반적으로 ‘임시직’이 정식 대사로 임명되는 경우는 드물다. 더욱이 나는 나이도 많다.“

☞조셉 윤은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의사인 아버지를 따라서 미국으로 이민 후, 주말레이시아 대사 등 미국 외교관으로 30여 년간 활동했다. 주한 미국 대사관 정무공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 대북정책특별대표 등을 역임하며 남북한과의 주요 협상에 참여했다. 태평양 도서국 협약(COFA) 개정 협상 대통령 특사로 협상을 타결시킨 후 2024년 은퇴했었다. 지난해 비상계엄 후 “한국 정치 상황을 잘 아는 고위급 외교관이 즉시 서울에 가야 한다”는 국무부 판단에 따라, 대사대리로 지난 1월 서울에 부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