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군 수송기가 일본 방공식별구역에 승인 없이 들어가 일본 자위대 F-15J 전투기가 출격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공군 C-130 수송기가 2023년 미국 엘멘돌프 기지에서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공군

24일 군에 따르면 지난 13일 공군 C-130 수송기는 미국령 괌에서 진행되는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한반도를 벗어나 비행 중 악천후를 만나 비상 착륙을 하기 위해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가데나 미군 기지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영공 및 방공식별구역 진입과 관련한 사전 통보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 군용기가 일본 방공식별구역 내에 들어가자 일본 항공자위대는 F-15J 전투기를 띄워 요격을 시도했다고 한다. 다행히 우리 조종사가 악천후와 수송기 상황, 비행 목적 등을 무전으로 미일 양측에 전달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고 한다. 국방부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23일부터 공군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한국에서 괌으로 이동하려면 일본 영공을 통과하는 것이 최단 경로다. 사전에 일본 측에 해당 기체가 일본 방공식별구역과 영공을 통과한다는 통상적인 소통 절차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공군 관계자는 “미·일 양측에 영공 통과에 대한 사전 양해를 구하는 통보를 하지 않아서 빚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군 일각에서는 공군의 기강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월 KF-16 2기의 경기 포천 일대 오폭 사고, 지난 4월 무장 투하 사고, 지난 6월 미 알래스카에서 KF-16 2대가 활주로가 아닌 유도로(항공기가 활주로로 이동하기 위해 이용하는 도로)에서 이륙을 시도하다 파손되는 사고가 났다. 사상 초유의 사고들이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다.

군 소식통은 “평상시라면 공군참모총장이 3~4번은 바뀔 사고가 반년 동안 일어났는데, 공군참모총장·공군작전사령관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직을 유지하고 있다”며 “그간 사고들에 대해 공군 수뇌부는 ‘조종사 책임’이라는 입장을 반복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