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암살자’로 불리는 미국의 MQ-9 ‘리퍼’ 무인 공격기가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미군이 ‘하늘의 암살자’란 별명으로 유명한 MQ-9 ‘리퍼’ 무인기(드론)를 오는 9월부터 약 3개월간 한반도에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MQ-9 리퍼는 2023년 3월 처음 한반도에 전개된 후 종종 한미, 한·미·일 연합 훈련에 참여했다. 하지만 3개월 정도 장기간 순환 배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중 견제를 염두에 둔 주한 미군의 역할 변경과 관련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군 소식통 등에 따르면 미군은 MQ-9 리퍼를 오는 9월부터 군산 공군기지에 배치할 계획이다. 한미 공군은 지난해 11월 초 MQ-9 리퍼를 동원해 처음으로 한미 연합 실사격 훈련을 했었다. 미군의 MQ-9 리퍼와 우리 공군의 고고도 무인정찰기 RQ-4B 글로벌 호크가 함께 가상의 도발 원점을 타격하는 훈련이었다. 이번에는 수개월간 리퍼가 한반도에 머무르면서 한국군과의 합동 운용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MQ-9 리퍼는 통상 북한 수뇌부 제거, 도발 원점 제거 등 ‘핀셋 타격’을 위한 대북 억지 자산으로 평가돼왔다. 사신(Reaper·死神), 하늘의 암살자 등의 별명이 붙을 만큼 ‘무인 공격기’로서의 인상이 강해서였다. MQ-9 리퍼는 공대지 헬파이어 미사일이나 레이저 및 GPS 유도 폭탄을 장착하고 정밀 타격이나 화력 지원에 나설 수 있다. 2020년 1월 미군이 이란 혁명수비대의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을 암살할 때도 동원됐다.

하지만 MQ-9 리퍼는 정보 수집 자산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번 순환 배치에는 서해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중국에 대응하는 성격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MQ-9은 공격 능력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감시 정찰을 주목적으로 하는 기체”라고 했다. MQ-9 리퍼는 최대 5만피트(약 1.5㎞) 상공에서 14시간 체공하며 고성능 합성개구레이더(SAR)와 적외선 탐지 장비 등을 활용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감시 정찰이 가능하다. 악천후 속에서도 주야간 감시 정찰을 할 수 있다.

중국은 최근 들어 서해에서 불법 구조물 설치, 해상 부표 증설, 항공모함 훈련 등에 나서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중국 군함이 군산 공군기지 약 142㎞ 지점까지 진입하기도 했다. MQ-9 작전 반경은 통상 1100㎞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군산을 기준으로 보면 MQ-9의 작전 반경 안에는 중국 베이징, 상하이, 항저우, 칭다오 등이 모두 포함된다.

MQ-9 순환 배치는 지난달 미측 A-10 공격기 24대가 모두 퇴역한 상황에서 이뤄진다. A-10 공격기는 ‘탱크 킬러’로 북한 전차에 대응하는 성격을 가졌다. 군 관계자는 “탱크 킬러가 빠진 곳에 감시 정찰 자산이 들어온다는 것은 주한 미군이 북한 억제뿐 아니라 대중 견제라는 미측의 의도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군산 공군기지는 미측이 2010년대부터 무인기 격납고 설치를 계획하는 등 무인기 운용 준비를 해온 곳이다. 다만 해당 예산은 트럼프 1기 당시 멕시코 장벽 건설 예산으로 전용되며 현시점까지 집행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