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아이켄베리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13일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단순히 50대50의 균형 맞추는 제3자가 되어선 안 된다”며 “미국의 동북아 지역 파트너로서 대중 정책 협의, 첨단 기술, 방위 계획 등에서 다양한 협력을 더 강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국제정치학자로,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정치학회(IPSA) 총회 참석차 방한한 아이켄베리 교수는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이같이 조언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후, 주한 미군 감축이 거론되고 있는 것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한 미군은 한국과 미국, 양국에 모두 이득이 된다는 점을 계속 강조해야 한다. 중국과 북한이라는 위협에 맞서 협력함으로써 한국은 미국에 없어선 안 될 안보 파트너임을 납득시켜야 한다”고 했다.
아이켄베리 교수는 “기존의 자유주의 국제 질서와는 다른 ‘수정주의(revisionist)’적 접근을 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영원하지 않다”며 “미국의 공화당은 트럼프에게 포획된 상태여서 일부 문제는 계속되겠지만, (차기 대선에서) 트럼프 현상이 그대로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트럼프 외교정책의 배경은.
“트럼프는 미국이 국익보다 세계 질서를 중시하는 동안 다른 나라들은 자국의 이익을 찾아서 행동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기존의 미국 외교정책을 따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수정주의’적 접근은 지난 1월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인준 청문회에서 잘 드러나 있다.”
루비오 장관은 취임 전후에 미국이 세계 모든 문제를 짊어지는 현 상황을 비정상적이라고 평가하며 모든 외교의 초점을 ‘미국의 이익’에 맞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한국을 포함, 전 세계 국가는 트럼프의 외교 정책이 과격하다고 느낀다.
“미국의 안과 밖에서 큰 갭이 있다. 미국에서 트럼프는 카리스마 있는 인기 정치인이다. 그의 핵심 지지층인 ‘매가(MAGA·미국 우선주의자를 의미)는 매우 충성스럽다. 지지율은 하락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미국 내부에서는 상당한 지지자들이 있다.”
- 트럼프가 내년 중간선거에서 고전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은 중간선거와 관계없이 4년간 지속될 것이다. 지금의 재앙과 같은 트럼프식 외교정책은 다음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우려된다.”
- 트럼프 재선을 계기로 미국이 후원해 온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이제 쇠퇴하나
“그렇게 비관적이지는 않다. 시스템에 변화는 있지만, 미국 패권이 무너진다고 해도 민주주의 국가들의 연대는 여전히 강력하다. 세계는 분열되겠지만, 우크라이나나 대만처럼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국가들이 있다. 규칙에 기반하며 서로 연대하는 협력체는 여전히 존재한다.”
- 차기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와 유사한 인물이 다시 출현하는 것 아닌가.
“민주주의의 특징은 위기를 넘어 새 리더와 사고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특이한 인물이다. 다음에도 트럼프와 같은 인물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
- 트럼프는 한국이나 한미 관계에 대해 관심이 적은데, 그 이유는.
“트럼프는 미국으로부터 무역 흑자를 내면서 (동맹국으로서) 방위비 분담을 충분히 하지 않는 국가에 가장 불만이 많다. 트럼프는 바로 이 카테고리에 한국이 해당한다고 본다.”
- 트럼프는 최근 한국에 대해 25% 관세 인상을 발표했는데, 그런 트럼프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트럼프에게 정면으로 대항하기보다는, 그의 주변 인물, 즉 상·하원 의원, 한국계 기업인들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의 측근이나 공화당 의원들은 한국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이다. 이들은 한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아이켄베리 교수는 트럼프가 대중 견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을 고려,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이자 중국 견제 연대의 핵심, 역사적 우방임을 꾸준히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트럼프 2기에서 주한 미군 감축 가능성은.
”주한 미군 감축을 막기 위해선 트럼프에게 한국은 동북아에서 ‘미국에 없어선 안 될 안보 파트너’라는 점을 납득시키는 것이 좋다. 일본처럼 쿼드(Quad) 같은 지역 안보 틀에 참여함으로써 한국도 지역 안보의 요충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인도·태평양 차원에서 영향력을 확장하며 한국의 존재감을 키워야 한다."
- 9배에 이르는 방위비 분담 인상 요구에 대해서는?
”방위비를 아무리 많이 인상해도 트럼프는 더 원할 것이다. 유럽처럼 ‘우리는 자주 방위 목표를 향해 제대로 가고 있다’는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방위비 외에도 다양한 항목, 예컨대 미군 기지 현대화 참여 등을 통해 총 분담을 일부 늘릴 수 있을 것이다.“
-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한·중 간 무역 규모가 상당한 상황에서 한국은 중국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취하되, 동시에 경제적으로는 협력도 유지해야 한다. 미국의 편에 서서 중국에 관여하고, 제지하면서도 중국과도 활발하게 교류하는 영리한 접근이 필요하다.”
-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 가능성은
“북한이 완전히 비핵화하고 미국은 모든 제재 해제 및 주한 미군 철수를 약속하는 ‘빅딜’은 현실적이지 않다. 트럼프가 거래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존 아이켄베리
미 프린스턴대 교수로 자유주의 국제 질서 이론의 대표 학자다. 시카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의 규칙 기반 질서를 옹호하고, 이에 입각해 국제 정치를 분석해 왔다. 미 국무부 정책기획국, 브루킹스연구소 등에서 활동하며 미국의 외교정책에 관여해 왔으며 ‘승리 이후’ ‘민주주의가 안전한 세상’ 등의 저서가 있다. ‘포린어페어스’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외교를 강하게 비판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