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11일 한미일 3국이 제주도 남방 공해상에서 공중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훈련에는 미국 B-52H 전략폭격기와 우리 공군의 KF-16 전투기, 일본 F-2 전투기 등이 참여했다./국방부

이재명 정부가 출범 한 달여 만에 미국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협의에 착수했다. 대선 공약을 이행하는 차원이라고 하지만 주한 미군의 규모와 구성, 역할을 변경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논의와 겹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한국군에 전작권을 이양하고 미군은 철수해야 한다” “한국은 대만 유사시 기지를 제공하지 않을 테니 미군 1만명을 감축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우리 측에서는 전작권 환수 후 핵 잠재력 확보를 위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추진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외교·안보 원로들의 제언을 들었다.

◊신각수 전 외교부 1차관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우리가 우리 군대의 작전통제권을 갖겠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지금 변화한 안보 환경 속에서 얼마만큼 우리가 우리 힘으로 대북 억지를 할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신 전 차관은 “전작권을 가져올 환경인지 보자면 우리의 능력, 특히 정찰·감시 능력은 한참 모자라다”면서 “그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감정적·정치적·이념적 이유로 전작권 전환을 하면 대북 억지와 방어 능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그는 “안보에는 연습이 없다”면서 “우리가 전작권은 찾아왔지만 실질적으로 북한이 한반도에서 사달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억지하거나 사달을 냈을 때 방어하는 데 문제가 있다면 곤란하지 않나”라고 했다. “(전작권 전환을 잘못해서) 한번 국방력이 약화되면 그것으로 그냥 끝”이란 얘기다.

신 전 차관은 전작권 전환 후 주한 미군 감축 가능성이나 주한 미군 재조정 문제에 대해 “우리가 대만 문제에 어떤 입장을 정하느냐에 따라 미국의 결정도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은 중국과 가깝기 때문에 주한 미군이 중국에 큰 위협도 되지만, 동시에 중국의 공격에 취약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이 주한 미군 기지를 공격할 위험성을 무릅쓰고라도 한반도에 미군을 두는 것이 도움이 될지, 아니면 일본이나 괌처럼 더 먼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나을지 계산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대만 유사시 주한 미군이 한반도 밖에서 작전을 하는 것을 더 많이 이해하고 지원할수록 더 많은 미군이 더 오래 한반도에 주둔할 것”이라고 신 전 차관은 말했다. 그는 “만약 미국이 ‘한국은 한반도 문제 외에는 관심이 없고 중국 문제에 적극적이지 않다. 미·중이 싸우는데 동맹으로서 역할을 하지 않고 중립만 지키고 있다’고 인식한다면 무엇 때문에 한반도에 미군을 두겠나”라며 “그런 측면을 잘 살펴보고 우리의 입장과 행동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 대해 신 전 차관은 “북한은 계속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해 갈 것”이라며 “주권국가로서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0기를 보유했다고 한다”며 “미국이 본토 공격의 가능성을 무릅쓰고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해 보호해 줄 것이냐란 의문은 자꾸 커질 수밖에 없는 여건”이라고 했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이명박 정부에서 합참 전작권추진단장을 지냈던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38년 군 생활을 한 사람으로서 전작권을 받지 말자고 주장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전작권 환수 후 우리 국방이 문제가 없을 만큼 무기와 탄약 등을 사고 하려면 200조원으로도 모자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이 제공하던 정찰·감시 자산, 미군 수준의 지휘 통제 능력 등을 갖추려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미는 박근혜 정부 시절 한국군의 군사적 능력, 동맹의 북핵·미사일 대응 능력, 한반도와 역내 안보 환경을 평가해 결정을 내리자는 ‘조건에 기반한 전작권 전환’에 합의했다. 세부 조건은 수백 가지다. 이에 대해 전 전 사령관은 “탄약이나 탱크의 수량 같은 정량적(定量的) 지표는 누가 봐도 충족됐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지만 대부분의 조건은 정성적(定性的)이라서 충족됐는지 아닌지 모호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전작권이 전환되게 만들라’고 하면 평가자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만약 50명의 평가자가 있는데 49명이 ‘조건을 충족했다’고 하면 남은 한 사람이 ‘내가 보기엔 안 됐다’고 말할 수 있겠나. 매우 어렵다”고 했다. 수많은 조건이 있지만 아주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기 때문에 그는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한국군의 능력과 상관 없이 전작권 환수를 할 수 있어서 위험하다”고 했다.

전작권 전환 후 주한 미군 감축 가능성에 대해 전 전 사령관은 “지금 미국은 국방비와 육군을 줄이고 싶어 하고, 어디에서 병력을 줄일지 전 세계의 미군 배치를 살펴보고 있다”면서 “한국이 ‘전작권을 돌려달라’고 하면 울고 싶은 아이의 뺨을 때려주는 격”이라고 말했다. 미군이 한반도 방위 부담을 덜고 싶어 하기 때문에 전작권 전환이 곧 주한 미군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주한 미군 육군 감축 가능성이 높지만, 공군도 주일 미군 기지나 괌으로 재배치될 수 있다. 군산 공군 기지 같은 곳은 중국 타격권이기도 하다”고 했다.

전 전 사령관은 “전작권 환수가 자주국방과 긴밀히 연결된 것은 맞지만 전작권을 가져야만 자주권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미연합사가 미국 대통령 지시만 받아서 작전하는 것이 아니라 한미 대통령이 합의한 내용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전작권 전환이 되면 한미 연합 지휘 체계는 지금보다 약화할 것”이라며 “평시라면 모르지만 전시에 한국군 장군이 통역 장교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미군을 지휘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