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마영삼 전 주이스라엘 대사와 안호영 전 주미 대사, 윤강현 전 주이란 대사가 22일 서울 중구 본사 편집국에서 미국의 이란 공격이 국제정세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좌담을 하고 있다./박성원 기자
그래픽=정인성

- 미국이 이란 핵 시설에 대한 공격을 2주간 검토한다고 했다가 갑자기 공습을 감행했는데.

안호영 전 주미국 대사(이하 안)=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정책에서 일관성을 보여왔다. 2020년 9월, UAE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이끈 ‘아브라함 협정’은 이스라엘 편에 서면서 중동에서 반이스라엘 세력을 견제하려는 구상이었다. 트럼프는 오바마 정부가 체결한 이란 핵 합의(JCPOA)에서 탈퇴했는데, 이번 공습도 그 연장선에 있다. 제한적 목표를 설정해 군사 행동을 감행한 것으로 판단된다.

마영삼 전 주이스라엘 대사(이하 마) = 이스라엘은 미국이 사태에 개입한 현시점을 이란 핵 시설을 무력화할 적기로 보고 있을 것이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설을 이번 기회에 제거하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향후 약 일주일 동안 추가 공습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윤강현 전 주이란 대사(이하 윤)=공습 직전인 6월 12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의 핵 활동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60% 농축 우라늄 보유량이 급격히 늘었다고 밝히며, 의무 위반이라는 표현까지 담았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명분을 제공했고, 군사 행동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됐다.

- 이번 사태가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은.

=미국이 다시 중동에서 전쟁을 하는 것은 정치적·전략적으로 큰 부담이다. 특히 트럼프를 지지하는 매가(MAGA) 세력이 전면전을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는 제한된 목표 아래 군사 행동을 하고 있으며, 사태의 확산을 원치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역사적으로 ‘홀로코스트 트라우마’가 깊은 국가다. 유대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어떤 가능성도 좌시하지 않는 강박이 있다. 이란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현재로선 일정 정도 이란의 핵 능력을 제약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핵 야욕’ 자체를 분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향후 상황 전개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전면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리적으로 이스라엘과 이란은 약 2000㎞ 떨어져 있어, 이란의 육군이나 해군을 직접 투입하기 어렵다. 그러나 굴욕적인 상황에 직면한 하메네이 정권이 어떤 선택을 할지 두고 봐야 한다.

- 최근 사태와 관련 미국, 이스라엘, 이란 3국의 입장은.

=이란이 지원하는 반이스라엘 세력을 견제하는 것이 미국의 전략적 목표다. 트럼프는 1990년 1차 걸프전을 모델로 삼고 있는 듯하다. 당시 미국은 제한된 목표 아래 군사적 성공을 거뒀는데, 2003년 이라크 침공은 ‘국가 재건’이라는 과도한 목표를 추진하려다가 병력 부족으로 실패했다. 트럼프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명확한 범위 내에서 작전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IAEA 회원국이다. 추가의정서에도 서명한 상태다. 북한처럼 NPT 탈퇴 국가가 아니며, 국제사회에서 합법적인 원자력 사용 국가로 인정받고자 한다. 저농축 우라늄 생산은 평화적 목적의 활동이라며 자국의 주권과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의심은 이란 입장에선 일방적 주권 침해라고 판단한다.

=이스라엘은 아직 이란의 핵 개발 의지를 완전히 꺾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공습이 이란의 전략적 방향을 바꾸지는 못한 것으로 보고 군사적 대응을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란에선 하메네이 지지 시위 - 지난 20일(현지 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초상화를 든 시민들이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각국 지도자의 정치적 입지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이란을 적대시하고 기존 핵 협상이 실패했다고 보는 유권자들이 이번 강경 대응에 긍정적 반응을 보일 수 있다.

=하메네이 체제는 국민적 인기가 높은 정권은 아니다. 경제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핵 시설보다 국민에게 더 민감한 에너지 시설이 타격을 입어서 대중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대한 적개심이 고조되면서 오히려 내부 결속이 강화될 여지도 있다.

=이스라엘의 정치 상황은 복잡하지만, 이번 사태로 네타냐후 총리는 단기적으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야당 대표까지 공습을 지지할 정도로 국민적 여론도 상당 부분 뒷받침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재집권으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 이번 사태의 실질적 승자와 패자는 누구인가.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수혜자는 러시아다. 미국이 중동 문제에 집중하면서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관심을 잃었다. 러시아는 더 자유롭게 우크라이나에 군사 행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얻게 됐다.

=러시아의 반사이익에 비춰보면, 가장 큰 피해자는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이라고 볼 수 있다.

=러시아는 이란과의 협력을 확대해왔고, 이란산 드론을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이란과의 연대가 강화됐다. 여기에 중국까지 이란 원유를 헐값에 수입하며, 이란·중국·러시아 간의 삼각 협력이 견고해지고 있다. 미국이 이란 문제를 조기에 봉합하지 못하면, 트럼프 2기 내내 중동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중동 내부에서 보면 이번 사태의 정치적 승자는 네타냐후 총리다. 국내 여론을 다잡고, 국방과 안보에 강경한 이미지로 다시 부상할 계기를 잡았다.

- 앞으로 이 사태는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나.

=트럼프는 본래 중국 견제를 위해 아시아 전략에 집중하려 했지만, 이스라엘 때문에 중동 문제에 발이 묶이게 됐다. 본인 입장에서는 결코 바람직한 흐름이 아닐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사태의 확산을 원하지 않는다. 역내 안정을 우선시하며,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중동 평화 구상을 추진하려 할 수 있다.

=전면전 가능성은 낮지만, 이란의 강경 대응 시나리오는 여전히 존재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중동 내 미군 기지 타격, 이스라엘 핵 시설 보복 등이 거론된다. 특히 이란이 NPT에서 탈퇴할 경우, 북한보다 훨씬 심각한 안보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란은 천연가스와 석유 분야에서 세계적인 자원 강국이다. 거대한 수소가 외양간을 뛰쳐나갈 경우 통제하기 어렵다. 전 세계적으로 유가 급등 등의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

- 이번 사태가 북한 핵 문제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마=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기 전에 미국이 이란 내 핵 시설 공습을 단행한 결단력은 1994년 영변 핵 시설 폭격을 검토했다가 접은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아직 핵무기를 하나도 못 만드는 상태에서 공격당한 이란과 이미 핵무기 50개를 보유한 북한은 차원이 다른 문제가 됐다. 북핵 문제가 불거진 후 한국은 김영삼 정부를 시작으로 7개 정부를 거쳤으나 어느 정부도 북핵 문제 해결에 사활을 걸지 않았다. 모든 정부 차원에서 반성이 필요하다

=리비아는 핵을 포기 후 카다피 정권이 무너졌고, 우크라이나는 핵 폐기 후 러시아의 침공을 당했다. 이란은 핵 협상 중 공격당했기에 북한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핵을 포기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이란 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타결돼 체제 안정과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는 실증 사례를 보여주지 않으면 북한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1기가 시작될 때 미국을 찾은 한국 대표단이 나중에 국가안보보좌관을 맡게 되는 존 볼턴에게 대북 선제 공격에 대한 생각을 묻자 볼턴이 “미국이 검토는 여러 번 해봤으나 한국에 20만이 넘는 미국인이 있는 상황에서 선제 타격은 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이제는 개별 국가와의 관계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중동 전체의 흐름과 전략을 조망하면서 한국 외교의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이란은 경제적으로, 한국과 이스라엘은 방산과 기술 협력 면에서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스라엘은 5중 방공망을 구축했으며, 미국의 패트리엇과 사드 체계가 이를 보완하고 있다. 한국은 이스라엘과 협력해 방공 체계 고도화를 추진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과 이란 양측으로부터 일정 수준의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평화적 중재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아베 전 총리도 과거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외교적 역할을 시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