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원(오른쪽에서 둘째)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장이 찰라르 이병의 외조카(왼쪽에서 둘째)에게 군 인식표를 전달하고 있다. /국방부

6·25 전쟁에서 전사한 튀르키예 참전 용사의 인식표(군번줄)가 74년 만에 유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메흐메트 찰라르(1929~1951) 튀르키예 육군 이병의 군 인식표를 19일(현지 시각) 외조카 에미네 체틴씨에게 전달했다고 20일 밝혔다. 국유단은 지난해 4월 경기 포천시 내촌면 국사봉 일대에서 유해 발굴 작업 중 음각으로 ‘3113’이라고 새겨진 인식표를 발견했다. 국유단은 조사를 통해 튀르키예군 인식표임을 확인하고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 협조를 통해 인식표의 주인을 6·25 전쟁 중 전사한 찰라르씨로 특정했다.

인식표가 발견된 지역은 1951년 3∼4월 튀르키예군이 참전한 ‘38선 진격 작전’ 전투가 이뤄진 곳이다. 이 전투는 1951년 중공군의 2월 공세를 저지하고 공세로 전환한 ‘유엔군 2차 반격 작전’ 중 하나다. 당시 튀르키예 여단은 포천 방향으로 북진한 미 25사단에 배속돼 주금산·국사봉을 목표로 공격하라는 임무를 받았고, 고인은 이 과정에서 전투를 벌이다 1951년 4월 14일 전사했다. 유해는 수습돼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됐지만 격렬한 전투 과정에서 분실한 인식표가 뒤늦게 발굴돼 튀르키예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이근원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장은 “낯선 타국에서 치열하게 싸우다 전사한 튀르키예군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유가족에게 인식표를 전달했다”며 “앞으로도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웅들의 작지만 귀한 유품 하나까지도 가족의 품으로 돌려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6·25 전쟁 당시 튀르키예는 연인원 2만1212명을 파병했고 이 가운데 2000여 명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