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P-3 해상초계기가 훈련을 위해 승무원 4명을 태우고 비행하다가 29일 경북 포항 남구 포항공항 인근 한 농가 주변 공터에 추락했다. 해군 포항기지에서 이륙한 지 약 6분 만이었다. 해군 장교·부사관으로 이뤄진 탑승자 4명은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해군은 사고 원인 확인 시까지 P-3에 대한 비행 중단 조치를 했다.

추락 직후 버섯구름… 처참한 현장 - 29일 해군 소속 해상 초계기가 포항 지역 공터에 추락할 당시 버섯구름이 피어 오르고 있는 모습(왼쪽 작은 사진). 해군 P-3 해상 초계기는 이날 훈련을 위해 비행하다 포항 인근에서 추락했고 탑승자 4명 모두 현장에서 숨졌다. /연합뉴스TV 뉴스1

해군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사고 비행기는 이날 오후 1시 43분쯤 해군 포항기지에서 이륙한 이후 상공을 선회하다가 급격히 하강하면서 오후 1시 49분쯤 굉음과 함께 추락했다. 사고 비행기는 해군 제주기지 소속으로 이날 포항기지에서 이착륙 훈련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추락한 비행기는 전소했다. 조종사 소령 1명, 부조종사 대위 1명, 부사관인 전술 승무원 2명 등이 탑승하고 있었다.

최근 군에는 육·해·공군을 가릴 것 없이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모두 대행 체제인 상황에서 우리 군의 전반적인 기강 및 준비 태세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군은 지난 3월 6일 경기 포천 민가 일대에 폭탄 8발을 오폭하는 사고를 냈고 육군은 지난 3월 17일 무인기가 활주로에서 이탈하면서 헬기와 충돌해 전소되는 사고를 냈다.

그래픽=송윤혜

◇이번엔 해군 ‘잠수함 킬러’ 추락… 군용기 사고 올 들어서만 4번째

해군이 1995년 P-3 계열 초계기를 도입한 후 사고가 난 것은 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사고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사고 당시 포항에는 초속 2~3m의 약한 바람이 불었고 구름도 많지 않았다고 한다. 해군은 “참모차장을 주관으로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해 사고 원인 등을 확인 중”이라며 “사고기 블랙박스 등을 수습해 정확한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군은 1995년 미국으로부터 P-3C 8대를 들여왔고, 미군 P-3B를 한국항공우주산업이 개조한 P-3CK 8대를 추가로 들여와 총 16대를 포항과 제주에서 운용해왔다. 이번에 사고가 난 기종은 P-3CK로 2010년 이후 군에 인도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군은 P-3C 도입 20년 차였던 2015년 ‘무사고 20년 달성’을 발표했지만 30년 차를 맞아 사고가 발생했다.

P-3는 길이 35m, 폭 30m, 높이 11m에 터보프롭 엔진 4기를 장착하고 있다. 음파탐지부표 등으로 적 잠수함 위치를 확인하고 어뢰·폭뢰·폭탄·미사일로 적 잠수함이나 해상 표적을 공격하는 ‘잠수함 킬러’다. P-3 계열 초계기는 한국 해군이 작전에 투입하는 유일한 대잠(對潛) 초계기다. 16대가 동·서·남해를 담당해 기체 혹사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군은 지난해 P-8A 대잠초계기 6대를 미국에서 도입했지만 아직 작전·훈련에는 투입되지 않고 있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비행 중단 조치로 인해 대북 대잠작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군 대형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 6일 공군 KF-16 전투기 2대는 포천에서 시행된 한미 연합훈련 중 우리 민가에 MK-82 공대지 폭탄 8발을 투하하는 초유의 ‘민가 오폭’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민간인 40명과 군인 26명 등 모두 66명이 다쳤고 건물·차량 등 219건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공군은 당시 조종사들이 부주의로 폭격 좌표를 잘못 입력했다고 밝혔다. 이후 당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김선호 국방부 차관(장관 직무대행), 공군참모총장까지 나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오폭 사고 후 11일 만인 3월 17일 육군 경기 가납리 비행장에서는 착륙을 시도하던 대형 무인기 ‘헤론’이 주기돼 있던 헬기 ‘수리온’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무인기와 헬기가 모두 전소하면서 300억원대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육군은 무인기 착륙 과정에서 갑자기 분 돌풍 탓에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며 책임이 없다고 했다. 지난달 18일에는 공군 KA-1 공중통제공격기가 비행훈련 중 기관총 2정과 실탄 500발, 연료탱크 2개를 지상으로 투하하는 사고가 터졌다. 후방석 조종사가 히터 풍량을 조절하려다 버튼을 잘못 눌러 발생한 일이라고 공군은 설명했다. 이후로도 지난달 23일과 지난 28일 육군 최전방 부대에서 북한을 향해 K-6 중기관총 실탄을 1발씩 쏘는 오발 사고도 반복됐다. 화기 점검 간 조작 실수로 알려졌는데, 자칫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탄핵과 국방부 장관 공백, 육군참모총장 등 군 주요 지휘관 부재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군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육군에서는 참모총장, 육군 2작전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 특수전사령관이 대행 체제다. 간첩을 잡아야 할 국군방첩사령부 및 대북 및 해외 정보를 담당하고 있는 정보사령부도 사령관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평상시였다면 지난달 이뤄졌어야 할 전반기 군 장성 인사도 실시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