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지켰던 그 바다를 내가 이어서 지켜나가고 싶습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전사한 고(故) 김태석 원사의 장녀 김해나(23)씨가 30일 해군 소위로 임관했다. ‘세 딸 중 한명은 군인이 되었으면 한다’는 아버지의 뜻을 이뤄낸 것이다. 천안함 폭침으로 전사한 용사 46명의 자녀 중에 국군 장교·부사관으로 임관한 사례는 김 소위가 처음이라고 해군은 밝혔다.

30일 경남 진해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해군·해병대 사관후보생 임관식에서 천안함 46용사 고(故) 김태석 해군원사의 장녀인 김해나(가운데) 소위에게 김소위의 어머니(오른쪽)와 최원일 전 천안함장이 계급장을 달아주고 있다. /해군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를 잃은 김 소위는 2021년 ‘해군 군가산복무(군장학생) 장교’ 모집 전형으로 우석대 군사안보학과에 입학했다. 공군, 해병대 전형에도 합격했지만 아버지가 누볐던 바다를 지키는 일을 택했다고 한다. 올해 대학교를 졸업한 김 소위는 지난 3월 해군사관학교 장교교육대대에 입교해 11주간의 교육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이날 해군245명과 해병대 123명 등 해군·해병대 장교 368명과 함께 경남 창원 해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소위 계급장을 어깨에 달았다. 김 소위의 가족과 최원일 전 천안함장(예비역 대령)이 김 소위의 임관을 축하하고 격려했다.

김 소위는 “11주 동안 힘들고 지쳤던 순간도 있었지만, 나에게 ‘꿈’을 심어준 아버지가 항상 내 곁에 함께 한다고 믿기에 고된 훈련을 이겨낼 수 있었다”며 “훈련 기간 아버지의 군인정신과 책임감을 땀과 눈물로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고 해군은 전했다. 김 소위는 신형 호위함으로 부활해 2023년 작전 배치된 천안함에 꼭 한 번 근무해보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김 소위는 2021년 본지 인터뷰에서는 “‘아버지같이 훌륭한 해군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제 행동으로 아버지 이름에 먹칠하는 일이 없도록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했다.

고 김태석 원사는 맏딸 김 소위와 김해강(22)·김해봄(21) 등 딸 셋을 뒀다. 막내딸 해봄씨는 지난해 3월 ‘서해 수호의 날’ 행사에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편지를 낭독했다. 당시 김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빠 벌써 봄이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었어”로 시작하는 글을 읽어나갔다. 약 한달만에 조회수 1000만을 넘기며 화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