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회장은 20일 “차기 한국 대통령은 대미 통상·무역 정책과 관련한 구체적 방향과 입장이 준비된 상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21~22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조선일보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참석을 위해 방한한 햄리 회장은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올해 최우선 관심사는 외교·안보 사안이 아니라 관세 등 통상·무역 분야”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2주 앞으로 다가온 한국 대선에 대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치러지는 대선인데 한국 보수 진영은 계엄 찬반이 갈리고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다”며 “누가 되든 한미 간 ‘무서운(terrible)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햄리 회장은 “한미 간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확장억제 공약은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마찬가지로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햄리 회장은 “한국은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이기 때문에 미국은 (정치적으로) 취약한(weak) 정부보다 강한 한국 정부를 원한다”며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한국 국민들이 선택한 지도자가 누구든 한미 양국 간 협력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에 대해 “이 후보는 외교·안보 분야 경험이 적은 인물이어서 워싱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이었다”며 “따라서 워싱턴은 집권 시 그의 옆에 어떤 참모들이 함께하는지를 중요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햄리 회장은 지난달 이 후보와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당시 만남에 대해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위성락 민주당 의원의 소개로 이 후보와 만나 90분간 대화했다”며 “이 후보는 한중 관계 및 대북 정책 등과 관련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지는 않았고 주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방향과 미국의 대중 정책 등에 대해 질문을 많이 한 게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이 후보는 햄리 회장에게 트럼프 행정부의 주한미군 철수 계획 및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 등에 대해 주로 물었다고 한다.
햄리 회장은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한미동맹만큼 한중 관계도 중요시하고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북한을 변화시키는 접근법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집권 시 어떻게 할지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북한은 필요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를 다 이용하고 있는데 중·러 관계를 통해 북한 변화를 끌어내는 접근법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햄리 회장은 김대중 정부 이후 역대 한국 대통령과 빠짐없이 만난 워싱턴의 주요 인사다. 그는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의 정치적 변화를 지켜봤다”며 “차기 정부도 역대 모든 정부가 그랬듯 집권 이후 한 달쯤 되면 고위급 대미 특사단을 워싱턴으로 보낼 텐데 이게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을 위한 중요한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누가 워싱턴을 찾든 통상·무역 정책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구체적인 안과 방향을 갖고 만났으면 한다”고 했다.
햄리 회장은 미·북 대화 가능성에 대해 “트럼프가 북한 김정은과 관계를 여러 번 말하기는 했으나 현재 북한은 트럼프의 관심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서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실재하는 건 맞지만 그들이 만들었다고 자랑하는 무기가 실제로 전부 다 제대로 작동하는 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