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 수낙 전 영국 총리는 21일 “전세계 각국에서 우리가 확고하게 믿고 있던 민주주의의 개념과 제도가 흔들리고 있다”며 “우리가 당면한 가장 어려운 과제는 정부가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수낙 전 총리는 이날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개막한 조선일보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강연에서 “독재·권위주의 정부에 마음의 문을 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수낙 전 총리는 그 이유에 대해 “영국 내부적으로 젊은 세대들의 경우 조부모·부모 세대보다 더 나은 생활 수준을 바라고 밝은 미래를 원하지만 그게 어렵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다”며 “외부적으로는 중국, 이란, 북한, 러시아 등 독재·권위주의 국가들이 끊임없이 세력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그는 “ 중국은 전형적인 국가가 하는일이 아닌 이상한 일을 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도 마찬가지”라며 “중국, 북한, 러시아, 이란 이들은 서로 협력하고 경제적 거래를 하며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억압하고 있다”고 했다. 수낙 전 총리는 중국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을 언급하면서 계정 일부가 국가 안보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있다는 취지로 우려했다.
수낙 전 총리는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이다. 그는 “총리 재직 시절 한국인 요리사가 쌈장과 김치를 영국 음식과 함께 준비한적이 있는데 두 딸들이 너무 좋아했다”며 “한국에 온다고 하니 10대 딸들이 올리브영에 꼭 들러야 한다며 화장품 구매 목록을 적어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K팝, K푸드, K뷰티 등 전세계가 인정하는 소프트 파워 강국”이라고 했다.
수낙은 2022~2024년 재임한 전 영국 총리로 영국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계이자 힌두교 출신, 최연소 총리다. 1980년 영국에서 태어난 그는 윈체스터대와 옥스퍼드대에서 정치·철학·경제학(PPE)을 전공했고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스탠퍼드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정계 입문 전에는 골드만삭스와 ‘더 칠드런스 인베스트먼트 펀드’에서 일했고 영국 기업에 투자하는 회사를 공동 창업했다.
2020~2022년 재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코로나에 대응해 영국 최초의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도입해 대규모 실업을 막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그는 옥스퍼드대 공공정책대학원에서 ‘세계리더서클’의 회원이자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의 석좌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며, 리치먼드 및 노샐러튼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