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멍하면서...이분이었구나 순간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작은 아버지가 아버지하고 비슷하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저 세살 때 아버지가 군에 들어 가셨는데 그때 아버지의 발이 떨어졌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버지 영정에 카네이션을 올려두었을 때 밑에서 올라오는 슬픔을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어버이날인 8일 송재숙(76) 씨는 6·25 전쟁에서 전사한 아버지 얼굴을 난생처음 마주했다.

8일 서울 동작구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에서 열린 6·25전사자 유해 얼굴복원 유가족 초청행사에서 故 송영환 일병의 딸인 송재숙 씨가 영정을 어루만지고 있다. /뉴스1

서울 동작구 현충원 내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에서 아버지 고(故) 송영환(1924~1951) 일병의 흑백 영정을 받아 든 외동딸 송씨는 영정 앞에 카네이션을 놓았다. 고인의 흑백 영정은 국유단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추진해온 6·25 전사자 유해 얼굴복원 사업 첫 사례다. 생전 사진이 남아있지 않은 고인의 얼굴을 최신 CG기술로 복원한 것이다.

1924년생인 고인은 1950년 12월 자원입대해 이듬해 3월 국군 9사단 29연대 소속으로 정선 전투에 참전했다가 총상을 입고 전사했다. 그의 유해는 2013년 강원도 동해 망상동에서 발굴됐고, 지난해 10월 신원이 최종 확인됐다.

국유단은 어버이날을 맞아 고인의 외동딸 송재숙 씨에게 아버지의 유해를 바탕으로 완성한 ‘2D 표준영정’과 감사패를 전달했다. 국유단은 지난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6·25 전사자 유해 얼굴복원 사업을 추진해왔다.

유해 상태가 비교적 양호해 복원이 가능한 두개골 4구를 선정했고, 첫 번째 복원 대상자로 고인의 유해가 선정됐다. 국과수는 두개골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을 바탕으로 컴퓨터 상에서 근육을 붙여가며 생전 얼굴을 복원하는 방식으로 이번 영정 사진을 만들었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이 공개한 故 송영환 일병의 복원 영정. CT 촬영 등을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컴퓨터 그래픽으로 고인의 생전 얼굴을 모사했다. /뉴스1

송재숙 씨는 고인이 세상을 떠났을 당시 세 살배기에 불과해 아버지를 기억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날 영정 전달식에는 고인의 유해를 직접 발굴했던 함성제 상사와 심영순 감식관도 자리했다.

이근원 국유단장은 “호국영웅 얼굴 복원은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켜낸 분들의 명예를 선양하고 유가족 아픔을 위로하는 방식”이라며 “앞으로도 6·25 전사자가 생전의 얼굴을 되찾을 수 있도록 국과수와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