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동안 중국 전투기·폭격기 등 군용기가 우리 군에 사전 통보 없이 400회 이상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공식별구역은 우리 ‘영공’은 아니지만 영공 침범을 방지하고자 항공기 항적을 조기 식별하기 위한 구역이다. 다른 국가의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할 때는 사전에 비행 계획을 통보하고 위치 등을 알리는 것이 국제 관례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29일 공군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국 군용기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총 430여 회에 걸쳐 사전 통보 없이 KADIZ에 진입했다. 중국은 2020년과 2022년까지는 한 해 60~70여 회 KADIZ를 넘어왔는데, 2023년 130여 회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도 90여 회에 달했다.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는 러시아는 5년 동안 약 60여 회 KADIZ에 진입했다.
중·러 양국은 최근 수년간 연합 공중 훈련 등을 이유로 우리 측에 사전 통보 없이 KADIZ에 진입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중국 군용기 5대와 러시아 군용기 6대가 ‘연합 공중 전략 순찰’을 한다며 KADIZ에 진입해 우리 공군기가 출동, 조치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러시아가 전투기·폭격기 등 군용기를 한·미 연합 훈련 기간 총 8회 KADIZ에 투입했는데, 울릉도 북쪽 우리 영공 외곽 약 20㎞까지 근접하기도 했다.
중국이 전투기·폭격기 외에도 최첨단 무인기를 KADIZ에 투입해 비행시키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중국은 지난해 6월과 7월 중국판 글로벌 호크라고 하는 고고도 정찰 무인기 ‘우전-7’을 이어도 북동쪽 KADIZ에 진입시켰다. 10시간 연속 비행이 가능하며 비행 고도가 1만8000m에 달해 요격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우전-7은 정찰용이지만 공격 능력도 갖추고 있어 중국이 대만 압박용으로 사용하는 기체다. 군 관계자는 “저강도 도발을 반복하며 KADIZ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