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캠벨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양국의 무역 문제를 공정하게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동맹 강화 의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이는 양국 고위급 대화의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캠벨은 지난 1월까지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에서 ‘아시아 차르(czar·수장)’로 불리며 한반도·중국 등 아시아 관련 사안에 전권을 행사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아산정책연구원이 ‘해방 80주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주제로 지난 23일 개최한 아산 플래넘(plenum·총회) 참석차 방한한 캠벨은 트럼프가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5~9배 인상하라고 시사한 데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합리적으로 대응하길 바란다. 한국은 이미 매우 관대하게 주둔비를 부담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한국·일본과 상호 관세 협상을 하면서 이른바 ‘원스톱 쇼핑’ 방식을 통해 방위비 등 안보 문제를 연계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쳐 왔다.

-관세와 안보를 연계하는 방안에 대한 평가는.

“한국은 높은 국방비를 지출하고 미국과의 공동 대응에 적극 참여하는 국가로서 충분히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입장에 있다. 안보는 그 자체가 중요한 문제다. 통상은 다른 관련 부처가 (안보와 별도로) 다뤄야 할 사안이다.”

-한국·일본이 먼저 협의한 후 트럼프 정부에 공동 대응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미국은 개별 국가와 양자 협상을 벌여 왔고 아마 이번에도 비슷한 양상이 될 것이다.”

그는 아산 플래넘 기조연설에서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군사력 확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향후 수십 년 동안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며 “미국은 더 이상 중국의 도전에 단독으로 맞설 수 없다. 동맹과 협력을 강화해야만 하는데, 한국·일본이 그 핵심”이라고 했다.

-미국의 중국 대응에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한미 동맹은 현재 매우 강력하다. 이런 관계는 한반도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의 안정에 필수적이다. 지금은 한국이 G7(주요 7국),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안보 협의체) 같은 글로벌 리더십 포럼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할 시점이다.”

-트럼프는 주한 미군 병력 감축도 언급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현재의 주한 미군 병력 규모(2만8500명)를 유지하길 바란다. 병력 감축은 북한·중국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미국과 한국 모두에 이롭지 않다.”

캠벨이 참여한 바이든 정부의 가장 큰 외교 업적 중 하나로는 한·미·일 3국 정상 회의에서 타결된 ‘캠프 데이비드 합의’가 거론된다. 2023년 8월 3국이 미국 대통령 별장(캠프 데이비드)에서 동맹 강화를 약속한 합의는 그러나 이에 서명한 3국 정상(윤석열 전 대통령, 바이든 전 미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이 이후 모두 자리에서 물러나 앞날이 불투명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미 동맹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면서 한국의 핵무장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미 동맹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은.

“우리는 불확실성이 큰 시기로 들어섰다. 최근 북한의 도발, 중국의 군사력 확장, 러시아의 핵 위협은 특히 핵 확장 억제 체제에 위기를 안긴다. 이럴 때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핵) 확장 억제 전략 협의체를 비롯해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한국을 보호하려는 미국의 의지가 강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필요하다면 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