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군이 B-1B ‘랜서’ 전략폭격기를 처음으로 일본 공군 기지에 순환 배치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미군은 그동안 B-1B를 훈련 기간에만 잠시 전개했었는데, 이번에는 주일 미군에 이동 배치한 것이다. 대(對)중국 압박·견제를 강화하고 북·러 밀착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최근 텍사스 다이스 공군기지 소속 B-1B 폭격기 수 대와 조종사·지원 인력이 지난 15일 일본 아오모리현 미사와 기지에 전개됐다고 발표했다. 인태사는 “‘폭격기 기동군’(Bomber Task Force·BTF) 배치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억제 임무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치된 전력에는 지난 15일 우리 공군과 연합 훈련을 했던 B-1B 2대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이 2018년부터 운영하는 ‘폭격기 기동군’은 미 본토 밖 기지에 자국 폭격기를 순환 배치해 해당 지역에서의 임무 능력을 키우는 제도다. 미 본토에서 한국으로 순환 배치되는 장갑차 부대 ‘스트라이커 여단’의 폭격기 버전이라 할 수 있다.
폭격기 기동군은 그동안 아시아 지역에는 괌·호주·영국령 디에고 가르시아섬 등에 순환 배치됐는데, 일본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혼슈 북쪽에 있는 미사와 기지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부터는 약 800㎞, 북한 청진, 중국 옌볜과는 약 1000㎞ 떨어져 있다. 초음속 비행이 가능한 B-1B 폭격기는 미사와 기지에서 출격하면 40여 분 안에 북·중·러를 정밀 타격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현재 B-1B가 배치돼 있는 괌 앤더슨 기지에서 평양까지는 약 2시간이 걸리는데 훨씬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B-1B 폭격기는 핵무기는 탑재하지 않고 있지만 미 전략폭격기 중 가장 빠르고 무장 탑재량도 최대 61t으로 가장 많다. 다만 군 관계자는 “한반도는 북·중·러와 너무 가깝기 때문에 ‘폭격기 기동군’ 배치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미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패권 도전국으로 보고 관세 전쟁 및 코로나바이러스 우한 기원설 등 여러 경로로 압박하고 있는데, 이번 순환 배치를 통해 군사적 압박도 한 단계 더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