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청이 17일 첫 ‘이달의 재외 동포’를 발표한다. 2023년 6월 출범한 재외동포청이 한국을 위해 공헌한 재외 동포를 매달 1명씩 알리는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첫 번째 ‘이달의 재외 동포’로는 재일 동포 기업인 고(故) 김평진(1926~2007) 전 재일제주개발협회장이 선정됐다.
제주도에서 태어나 15세에 일본으로 이주한 김씨는 사업을 하며 1960년대 초 재일(在日) 제주인 14명과 함께 고향 제주도를 찾아 관광 기반 시설 발전에 힘을 쓴 공을 인정받았다. 김씨는 1963년 제주에 첫 현대식 호텔 ‘제주관광호텔’을 세웠고, 1964년에는 서귀포에 ‘허니문하우스’와 ‘서귀포관광호텔’을 지었다. 재외동포청은 “김평진은 제주도를 한국을 대표하는 신혼여행지로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했다. 김씨는 제주도에 신품종 감귤 묘목을 보급하고, 제주 농민들을 일본으로 초청해 선진 농업 기술을 배우도록 지원도 했다.
이상덕(65) 재외동포청장은 인천 송도 재외동포청에서 한 본지 인터뷰에서 “조국 독립·경제 발전·경제 위기 극복 등 어려운 시기마다 대한민국에 기여해 온 분들을 발굴해 재조명하겠다”며 “이를 통해 5000만 국민의 14%에 달하는 700만 재외 동포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겠다”고 했다. 이 청장은 “재외 공관의 의견을 수렴하고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이달의 재외 동포’ 선정 위원회에서 매달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재외 동포들을 발굴해 국민에게 소개할 계획”이라며 “이들의 이민사와 고국 사랑의 역사를 소개함으로써 한국과 동포 사회가 동반 성장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재외동포청은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원시림을 개발해 현대적 도시로 탈바꿈시킨 최계월(1919~2015)씨, 재미 핵물리학자 이휘소(1935~1977) 박사 등도 이달의 재외 동포 후보군으로 검토 중이라고 한다.
1902년 미국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 이민을 떠난 한국인들은 푼돈을 모아 독립운동 자금에 보탰다. 1905년 멕시코로 떠나 뙤약볕 아래서 노예처럼 일한 ‘애니깽’들도 마찬가지였다. 재외 동포들의 고국 사랑은 1997년 IMF 외환 위기 때도 금 모으기 운동 동참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관심은 부족했는데, 재외동포청이 나서 이들의 기여를 알리겠다는 것이다.
이 청장은 “현재 국내에 10만명가량의 고려인(구소련 지역 거주 재외 동포)이 지방 곳곳에 거주하면서 경제 활동을 통해 인구 절벽·지방 소멸 시대에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며 “재외 동포의 한국 이주는 적은 비용으로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인구 증가 방안”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추가로 고려인 10만여 명이 한국에 들어올 수 있다고 추산한다. 이와 관련해 재외동포청은 올해부터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국내 귀환 동포를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재외동포청은 이들의 한국 적응을 돕는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이 청장은 “재외 동포 기업의 한국 투자, 한인 정체성 함양을 위한 1400여 개 ‘한글학교’ 설립, 재외 동포 투표율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 등에도 힘쓰겠다”고 했다.
이 청장은 “광복 80주년인 올해 재외 동포 사회와 모국이 힘을 합쳐 국내외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길을 찾는 한 해가 되도록 하겠다”며 “화상(華商)·유대인 네트워크에 버금가는 끈끈한 한민족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재외동포청의 책무”라고 했다. 이 청장은 제22회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부 동북아국장, 주싱가포르·주인도네시아 대사 등을 지냈고 작년 7월 재외동포청장에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