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성공이 대한민국 국가 안보에 심각한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해졌습니다. 러시아와 그 후원자(북한)가 성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양국의 이익에 부합합니다.”
영국 외교부 내에서 대외 군사·외교 정보 수집 및 정책 수립 등을 담당하는 최고위 관리인 조나단 앨런 국방·정보 총국장은 23일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앨런 총국장은 한·영간 주요 군사·안보 정보 교류 수준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전날 방한했다.
영국은 전통적인 정보 강국(Intelligence Superpower)이다. 영화 007 시리즈의 배경이기도 한 해외정보국(MI-6)과 국내정보국(MI-5)의 명성이 자자한데다가, 도·감청 전문 정보기관인 정보통신본부(GCHQ) 또한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시긴트(SIGINT·신호 정보, 각종 장비를 활용해 통신·통화 등을 도·감청해 얻은 정보) 수집 기관으로 평가 받는다. 정보 최고 강국인 미국과도 기밀 정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를 맺어 민감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고 있다.
영국은 외교 정책 결정에 있어 정보 수집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해외 주요 군사·안보 정보가 외교 전략과 원할하게 통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앨런 총국장은 영국의 정보, 첩보 당국과 외교부간 정보 및 정책 조율을 총괄하고 있다.
◇”러시아 대북 제재망 해체...북러 협력 관계 한국 안보에 위협”
앨런은 이날 본지에 “러시아는 유엔의 대북 제재망을 해체하고, 안보리에서 북한을 보호했다”며 “(이를 넘어) 북한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데다가 북한 군을 파병해 전쟁 경험을 얻을 수 있게 해줬다”고 했다.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은 북한에 불법 무기 프로그램에 도움이 될 만한 보상을 해왔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협력 관계로 인해 러시아의 (전쟁) 성공(success)이 대한민국 국가 안보에 심각한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해졌다. 러시아와 그 후원자들이 성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양국의 이익에 부합하며, 이를 통해 양국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유럽·대서양과 인도·태평양 안보는 때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며 “영국은 (한국과의) 외교와 파트너십이 이 지역의 안보와 안정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라고 믿는다”고 했다. 이어 “(양국의 정보 교류 강화는) 141년이 넘는 역사를 공유하는 양국 간의 지속적인 협력의 힘과 회복력을 상징하는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 같은 민주 국가들과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번 방문은 영국과 한국 간의 정보 공유와 협의를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중요한 기회였으며, 양국과 양 지역을 더욱 안전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앨런은 이날 조구래 외교부 외교전략본부장과 회의를 갖고 한·영간 군사·외교 정보를 고위급 차원에서 실시간 교류하는 핫라인을 개설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지난 2023년 11월 국방·안보·방위산업 등 전 분야에서 협력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다우닝가 합의(어코드)’를 채택했었는데, 이 합의의 후속 차원이다.
조 본부장은 이날 “러시아의 불법적인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의 파병 등 안보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 핵심 우방국인 영국과의 연대를 강화해 나가는 데 있어 양국 외교당국 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북·러가 군사적으로 밀착하는 상황에서 북한군 추가 파병 및 러시아의 핵 개발 지원 등의 움직임 등을 두고 양국간 정보 교류가 강화될 전망이다.
앞서 외교부는 작년 6월 미 국무부 산하 정보조사국(INR)과도 국제정세에 관한 외교정보 분석·기술을 교류한다는 내용의 외교·정보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었다. 당시 박장호 외교정보기획국장과 브렛 홈그렌 국무부 정보조사담당 차관보가 MOU를 체결할 당시 ‘아시아 차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국무부 2인자 커트 캠벨 부장관이 직접 참여했었다. 외교부는 조만간 캐나다 당국과도 비슷한 내용의 MOU를 체결하기 위해 캐나다와 논의중인 것으로 전해졌다.